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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매년 느는데…충전소 인프라 ‘소걸음’에 곳곳서 갈등

입력 | 2020-10-11 17:30:00


서울 강남구에 사는 전기차 소유주 윤모 씨는 최근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기차 한 대가 다섯 시간이 넘도록 충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걸 목격했다. 보통 완충하는데 2,3시간이면 충분한데도 충전기를 독차지하고 있어 차주에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도 받지 않았다. 윤 씨는 “아파트 주차장에 충전기가 2기 뿐인데 이렇게 얌체 짓을 하는 사람 때문에 제때 충전을 못하는 일이 잦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 씨는 아파트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소에 일반 차량이 버젓이 주차 해놓은 황당한 상황을 종종 겪는다. 이 씨는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충전 외에는 반드시 비워둬야 할 공간에까지 주차한다”면서 “관리사무소에 항의하지만 이런 일이 잦아 매번 항의하기도 지친다”고 했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전기차 충전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기차는 매년 늘고 있지만, 전기차 충전소 보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11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국내 전기차 100대 당 충전기 수는 50.1기로, 2017년 정점(59.7기)을 찍은 뒤 매년 줄고 있다.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2017년 2만4907대에서 올해 8월 말 10만9271로 4.3배 늘었지만, 같은 기간 충전기 수는 1만4868기에서 5만4774기로 3.6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2010년 이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들이 전기차 충전기 보급을 늘려왔지만 2017년 이후 관련 예산이 줄고 충전 공간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확충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는 185.3기인 미국과 318.5기인 영국, 230.4기인 독일에 비하면 매우 낮다.

충전 인프라 부족에 따른 운전자 간 갈등도 매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서울시에 접수된 충전소 관련 민원은 월별 2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월 평균 153대) 보다 약 49% 늘었다. 민원 대부분이 충전기 이용 시간이 과다하다거나 충전 공간에 차를 세워두는 문제 등이다.

이와 같은 갈등의 원인은 충전 예절 및 인식의 부족과 함께 한정된 충전기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다 유연한 충전기 인프라 확충 정책을 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역 별로 전기차 보급 상황이 달라 부족 또는 과잉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충전소 설치를 무조건 의무화하는 것도 옳지는 않다”면서 “전기차 증가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초적인 전력 설비 구축을 의무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언제든지 전기차 보급 상황에 따라 충전기 수를 조절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춰놓자는 것이다. 실제 유럽연합(EU)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등은 건물이나 주차장에 의무적으로 전기 배선을 깔게 한 뒤 필요에 따라 전기 충전소 개수를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한편 국내 전기차 보급대수가 가장 많은 테슬라는 장기간 충전을 하는 이른바 ‘알박기 충전’ 해결을 위해 26일부터 ‘점거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테슬라는 전용 충전기인 ‘슈퍼 차저’를 전국 33곳에 두고 있는데 충전 완료 후 5분 이내에 차량을 이동시키지 않으면 1분당 500원씩(혼잡시 분당 1000원)을 강제 부과하기로 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
서형석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