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명공학社 임상치료제 투약… 코로나19 확진 후 사흘만에 퇴원 완치자 항체 분리해 만든 의약품… 부작용 적고 증상 개선 효과 빨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상시험 중인 미국 리제네론사의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을 투약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항체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항체치료제 선두 그룹인 일라이릴리사의 연구진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의 안정성을 시험하고 있는 모습. 일라이릴리 제공
미국 생명공학사 리제네론은 2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들이 개발한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을 한 차례 투여했다고 밝혔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 환자의 혈액에 형성된 항체만 따로 분리해 치료제로 이용하는 바이오 의약품이다. 바이러스의 항원에만 결합하도록 분리해낸 항체를 ‘단일클론항체(단클론항체)’라고 부르는데 이를 단독으로 또는 여러 개 섞어 쓴다. 항체는 바이러스 침투나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조에 결합하는 면역 단백질로, 바이러스 주요 부위를 둘러싸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막고 독성을 떨어뜨린다.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은 처음부터 두 종류의 단일클론항체를 섞어 쓰는 항체치료제로 개발된 게 특징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세포에 침투할 때 ‘손잡이’ 역할을 하는 핵심 단백질을 스파이크 단백질이라고 한다. 리제네론은 이 단백질의 일부 구조와 결합하는 항체 수천 개를 조사했다. 가장 효과가 좋은 8개를 발굴한 뒤 이 가운데 2개를 조합해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 6월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후보물질을 투약했으며, 아연과 비타민D 등을 보조제로 함께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 승인을 받지 않은 약을 사용한 것은 대안이 없는 경우 말기 환자 등에게 투약을 허용하는 ‘동정적사용승인계획’을 통해서다. 2일 리제네론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백악관 의료팀이 먼저 리제네론에 약의 사용 허가를 요청했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이를 승인했다. 하지만 미 의학계에선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안전성이 최종 검증되지 않은 약을 사용한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레너드 슐레이퍼 리제네론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와 오랜 지인이라며 특혜 의혹도 제기한다.
현재 항체치료제 선두그룹에는 리제네론 외에 미국 생명공학사 일라이릴리도 있다. 일라이릴리 역시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일부를 인식하는 단일클론항체 치료제를 개발해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중간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부작용은 거의 없고 중증 환자 비율을 72% 낮추는 효과를 확인했다. 몸속 바이러스양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일라이릴리는 “중등도 환자의 중증 발전을 막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셀트리온이 항체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11일 공개된 임상1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했고 지난달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000여 명 규모의 임상2, 3상 승인을 받아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