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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가전-게임 스타트업에 투자”… 하이트진로의 ‘특별한 2차’

입력 | 2020-10-12 03:00:00

주류시장 포화상태 이르자 2017년말부터 이종산업 학습
올 5월부터 4곳 투자 이뤄져
“새 성장동력, 스타트업에서 찾아… 가능성 보이면 직접 인수할수도”




주류회사인 하이트진로는 올해 들어 가정간편식(HMR), 소형가전, 스포츠 퀴즈 게임, 신선식품 유통 등의 스타트업 지분에 잇달아 투자했다. 소주·맥주 사업과 연결고리를 찾기 쉽지 않은 게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기존 주력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일반 기업들의 스타트업 투자와는 다른 양상이다.

하이트진로의 스타트업 광폭 투자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선택과 집중’ 대신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이다. 이는 제조, 물류, 유통에 제약이 많은 주류업의 독특한 특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포화 상태에 이른 주류 시장에서 경쟁업체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주류업계 1위 경쟁을 벌이는 동안 업종 간 경계는 무의미하며 ‘영원한 1위’도 없다는 점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하이트진로의 스타트업 투자는 올 들어 갑자기 이뤄진 건 아니다. 하이트진로는 산업 간 경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경영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스타트업 투자를 선택한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2017년 말부터 이종산업 및 사업 모델에 대해 학습하며 관련 경험을 축적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왔다. ‘신사업개발팀’을 출범시켜 2018년 투자사와 정부기관, 스타트업 업체 등을 직접 찾아다녔다. 투자 프로세스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이자 초기 투자업체인 더벤처스와도 손을 맞잡았다. 동시에 서울 서초구 사옥 내부에 공유 오피스인 ‘뉴블록’을 마련했다. 스타트업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 업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처럼 2년여간의 준비 과정을 마치고 올해 5월 첫 투자가 이뤄졌다. 전국 유명 맛집들의 대표 메뉴를 밀키트 형태로 판매하는 ‘요리버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빠컴퍼니가 대상이었다. 6월에는 스피커 등 소형가전을 제작해 판매하는 리빙테크 기업 이디연과 지분 투자 계약을 맺었다. 이어 같은 달 모바일 앱을 통해 스포츠 관람과 퀴즈를 동시에 즐기는 스포츠 퀴즈 게임 서비스 ‘스퀴즈런’을 출시한 데브헤드에 투자했다. 8월에는 ‘식탁이있는삶’에 네 번째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산지 직거래로 품질 좋은 신선식품을 ‘퍼밀’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하이트진로의 투자 대상을 살펴보면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가정간편식, 게임 등 키워드를 사업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이트진로는 향후 3년간 더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허재균 하이트진로 신사업개발팀 상무는 “투자 자체가 사업 모델이 될 수도 있고 투자를 통해 성장 가능성이 입증된 회사는 직접 인수할 수도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스타트업에 투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