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시장 포화상태 이르자 2017년말부터 이종산업 학습 올 5월부터 4곳 투자 이뤄져 “새 성장동력, 스타트업에서 찾아… 가능성 보이면 직접 인수할수도”
하이트진로의 스타트업 광폭 투자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선택과 집중’ 대신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이다. 이는 제조, 물류, 유통에 제약이 많은 주류업의 독특한 특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포화 상태에 이른 주류 시장에서 경쟁업체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주류업계 1위 경쟁을 벌이는 동안 업종 간 경계는 무의미하며 ‘영원한 1위’도 없다는 점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하이트진로의 스타트업 투자는 올 들어 갑자기 이뤄진 건 아니다. 하이트진로는 산업 간 경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경영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스타트업 투자를 선택한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2017년 말부터 이종산업 및 사업 모델에 대해 학습하며 관련 경험을 축적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왔다. ‘신사업개발팀’을 출범시켜 2018년 투자사와 정부기관, 스타트업 업체 등을 직접 찾아다녔다. 투자 프로세스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이자 초기 투자업체인 더벤처스와도 손을 맞잡았다. 동시에 서울 서초구 사옥 내부에 공유 오피스인 ‘뉴블록’을 마련했다. 스타트업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 업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이트진로의 투자 대상을 살펴보면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가정간편식, 게임 등 키워드를 사업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이트진로는 향후 3년간 더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허재균 하이트진로 신사업개발팀 상무는 “투자 자체가 사업 모델이 될 수도 있고 투자를 통해 성장 가능성이 입증된 회사는 직접 인수할 수도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스타트업에 투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