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태웅
현장경영을 중요시하는 ㈜태웅 창업주 허용도 회장이 풍력발전의 핵심 부품인 타워플랜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태웅 제공
7일 오후 부산 강서구 화전산업단지에 있는 ㈜태웅에 들어선 뒤 이 슬로건이 빈말이 아님을 실감했다. 회사의 웅장함과 육중한 쇳덩어리, 작업자들의 바쁜 손놀림에서 글로벌 종합철강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태웅은 허용도 회장이 1981년 창립했다. 1969년 진주교대를 졸업한 허 회장은 5년간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교사 생활 중 동아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1974년부터 고철을 재가공하는 조그만 단조회사에서 7년간 경험을 쌓았다.
풍력발전 단조품 분야 글로벌 세계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태웅은 이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세계일류상품 2개 품목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아래 부품 왼쪽이 풍력발전의 핵심 부품인 메인샤프트, 가운데가 타워플랜지, 오른 쪽이 베어링이다. 태웅 제공
허 회장은 “회사 경영에서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 간에 가장 중요한 건 원칙”이라고 말했다. 원칙이 무너지면 한 번은 모르지만 다음 거래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원칙이 지켜질 때 진실과 믿음으로 이어진다는 게 허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관리자로서 이런 원칙을 39년간 접목한 태웅은 쇠를 원료로 원소재 생산부터 단조, 가공에 이르기까지 일관생산 체제를 갖춰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최대인 지름 1m 크기의 라운드블룸(원통형 쇠기둥)과 쇳물을 주형틀에 부어 만든 금속 덩어리인 인고트, 초대형 단조품을 생산한다. 탄소강, 특수합금강, 스테인리스강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고청정 강(鋼)도 만들어 낸다. 덴마크 베스타스, 미국 GE, 독일 지멘스, 스페인 가메사 등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두산중공업 등 크고 작은 600여 기업이 주요 거래처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 해외 지사 6곳을 운영 중이다.
제품들은 풍력발전, 오일&가스, 석유화학, 산업기계, 원자력발전, 조선, 우주항공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핵심 소재로 쓰인다.
태웅의 사업 비중은 풍력설비 40%, 산업플랜트 24%, 산업기계 22%, 조선 및 엔진 등 14%다. 주력 분야는 풍력이다. 10년 전부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눈을 돌린 결과다. 그린뉴딜과 포스트 코로나19에 대비한 세계 흐름과도 맞아떨어졌다.
태웅은 또 다른 미래도 준비하고 있다. 꿈의 민간 우주항공 여행 시대에 대비한 전략이다. 올해 초 이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업인 아마존과 테슬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추진 중인 우주여행 프로젝트의 핵심 부품 납품 기업으로 선정돼 최근 해당 기업에 시험용 발사대 부품을 공급했다. 우주선이 지구로 안전하게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착륙대 제작 참여도 기대된다.
우주항공 산업의 가파른 성장에 따른 소재 개발 분야가 무궁무진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각종 후원 활동, 사회공헌사업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다하고 있다.
2018년부터 부산상의 회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허 회장은 “한눈팔다 보면 세상은 저만치 앞서가 있다”며 “기업가는 항상 어려울 때를 대비해야 하며 미래를 위해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해야 도약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