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화재 직전 소방점검 결과, 제연설비-방화문-감지기 이상 확인
실제 화재때 주민 대피 어렵게해… 경찰 “발화지점은 3층 테라스”
나무 덱-정자 등 시설물 있던곳… 실화-방화 가능성까지 조사

합동 감식 8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울산 남구 달동 소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에서 11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감식 결과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3층 테라스 주변에 경찰 등 감식요원들이 대거 투입돼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 건너편 건물 옥상에는 취재진이 모여 있다. 울산=뉴스1
○ 방재시설 일부 불량, 대피 중 계단으로 연기 유입
민간 소방시설관리 업체인 A업체는 7일과 8일 이틀간 소방시설 정기점검을 진행했다. 점검 결과 33층인 이 아파트의 각 층에 설치된 ‘급기 댐퍼’ 가운데 5, 6곳이 작동 불량이었다. ‘급기 댐퍼’는 화재 시 피난계단 등 방호 구역에 대량의 공기를 불어넣어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제연 설비다.
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나면 주민들은 계단을 통해서만 대피가 가능하다. 이 설비가 고장 날 경우 계단으로 연기가 흘러들어 대피 도중 유독가스 흡입 등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실제로 사고 당시 대피했던 주민 다수는 “계단 쪽으로 들어왔을 때 2m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기가 침투해 있었다. 계단으로 탈출하는 동안 물에 적신 천으로 입을 가려야만 숨을 쉴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화재 시 피난계단 한두 곳에만 틈이 생겨도 그 안으로 새어든 연기가 ‘굴뚝 효과’로 인해 계단 전체로 퍼질 수 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제연 설비에 문제가 생기거나 방화문 관리가 안 되면 피난계단은 의미가 없어진다. 일단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계단 전체에 퍼지는 건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 발화 지점은 관리사무소 앞 3층 테라스

전담팀 방경배 울산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3층 테라스 외벽에 ‘V’자 모양으로 그을음이 타고 올라간 흔적이 있고 시멘트 박리(녹아내림) 등이 확인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등 5개 유관 기관의 공동 의견으로 최초 발화지점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주민 증언 등을 종합하면 이 3층 테라스는 관리사무소 바로 앞에 위치해 있으며 나무로 된 덱과 정자 등 불이 쉽게 옮겨붙을 수 있는 시설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경찰은 전기적 요인뿐 아니라 실화와 방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아파트 관련 폐쇄회로(CC)TV 영상을 대부분 입수했지만 3층 테라스를 바로 비추는 CCTV 영상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오후 5시경 모두 퇴근해 사무소에서 발화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한 직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조응형 yesbro@donga.com·정재락 / 신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