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 수사팀 7월 진술 등 확보, 수뇌부 보고… ‘수사 필요’ 의견 제시 9월 인사 이후에야 수사팀 보강… 윤석열 총장에도 뒤늦게 보고 檢 “진술 신빙성 점검하려 한것… 경제범죄부 배당, 강력수사 의지”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의혹 수사 내용을 잘 알고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한 달 전 본보 기자에게 “검찰이 여러 진술을 받고도 수사로 돌파해 나가지 못하더라”며 이같이 말했다.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나 사내이사인 윤모 변호사 등이 당초 예상과 달리 검찰 수사에 협조적이었는데도 로비 의혹을 규명할 입구(入口) 단계에서 검찰이 주저했다는 것이다. 그사이 수사 핵심 인물들이 하나둘씩 잠적하면서 “검찰이 오히려 의혹을 부풀리는 빌미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 로비 내역 등 자필 진술서, 올 7월 검찰 확보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올 7월 초 김 대표 등 옵티머스 사건 주범 등을 1차적으로 구속한 후 숨 가쁘게 움직였다. 이 시기 김 대표, 윤 변호사, 유모 스킨앤스킨 고문 등이 일부 로비 의혹을 적극적으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 수사팀은 이를 수뇌부에 신속히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정 전 대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로비 수사가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최근 두 달여를 되돌아보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수사 의지가 있었다는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김 대표의 일부 진술은 피의자 신문조서가 아니라 면담 기록 등으로만 남았다. 검찰은 자산 추징 보전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다가 올 9월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된 뒤에야 수사팀을 보강했다.
특히 여권 인사들이 거론된 ‘펀드 하자 치유’ 문건 등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로비 의혹에 대한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에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로비 의혹이 적힌 문건 등을 뒤늦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 전 대표 등 체포영장 받아 추적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팀이 진술의 신빙성을 더 점검하려 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펀드 사기 사건의 본체부터 매듭지은 뒤 2차 수사에 나서려 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이 어느 시기인데 사건을 뭉갤 수 있느냐. 로비 의혹을 계속 수사해왔다”며 “경제범죄형사부로 사건을 재배당한 것은 강력한 수사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조서 누락 논란에는 “수사 보안을 위해 외부에 공개될 수 있는 피의자 신문조서에 관련 내용을 넣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사건을 재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현재 정 전 대표를 추적하면서 옵티머스 자금 흐름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자금이 여러 곳을 거친 뒤 셉틸리언을 통해 뭉칫돈이 빠져나간 단서를 잡고 추적 중이다.
정 전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예 yea@donga.com·장관석·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