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닌텐도가 연이어 성공을 거두는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히트 게임 ‘동물의 숲’이 어떤 게임인지 살펴보자.
‘동물의 숲’은 유저가 가상의 마을에서 느긋하게 생활하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춰 집을 꾸미는 내용이다. 이른바 코로나 시대에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의 감정과 상황에 맞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디오 게임들은 참가자들 간의 투쟁이나 미션 달성, 난관 통과와 같은 경쟁적인 요소가 있지만 ‘동물의 숲’은 그런 요소가 약하다. 그 대신 유저는 게임 공간 내에 친구들을 초대하고 같이 낚시 등의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하지 못하는 오프라인에서의 소통과 여유를 게임 내에서 충족하는 셈이다.
닌텐도는 지난 몇 년간 위(wii), 스위치와 같은 게임기를 히트시킨 바 있다. 여기에 이어 ‘동물의 숲’까지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이 회사는 기업문화부터 다르다. 세계적인 대기업이지만 여전히 벤처기업 정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후루카와 슌타로(古川俊太郞) 닌텐도 최고경영자는 기존의 방식과 다른 것, 혹은 다른 사람과 다른 것, 즉 ‘독창(獨創) 정신’을 강조한다. 이 정신이 사원 한 사람, 한 사람 속에 숨 쉬고 있고 앞으로도 계승될 닌텐도의 DNA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닌텐도는 다른 회사와의 경쟁이나 점유율 쟁탈전보다 새로운 시장, 고객을 창조하는 데 주력한다. 게임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게임을 계속 사고 싶게 만들기 위해, 직원들이 창의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갖도록 장려하고 시대의 감각, 고객의 트렌드를 읽게 한다. 과거의 경험에 기초한 소비 조사에 의존하지 않고, 개발자가 직접 소비자를 깊게 관찰하고 사회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콘셉트를 찾는다. 이런 문화가 ‘동물의 숲’이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또 최고경영진부터가 ‘나도 한 사람의 유저’라는 시각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개발하겠다는 사고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이 회사의 또 다른 강점이다. 2002년부터 2015년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사장을 맡아 게임기 ‘스위치’ 개발을 이끈 이와타 사토루(巖田聰)는 게임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그는 ‘직함은 사장이지만 머릿속은 게임 개발자, 마음은 게이머’라고 말할 정도로 현장에 주목하는 인물이었다.
이렇게 개발자 중심의 경영지원 체제를 갖추고 있는 덕분에 히트작을 만든 사내 게임 개발자들이 타 회사로 이적하는 일도 드물다. 전설적인 고참 개발자들도 현장에서 개발 업무를 담당하면서 젊은 개발자와 팀을 구성하며 제품 개발에 매진한다. 이들이 과거의 성공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시대 감각, 트렌드를 가진 젊은 팀원들과 뜻을 공유하면서 닌텐도 위, 스위치, 동물의 숲 등 새로운 히트 작품을 끊임없이 개발해낸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04호에 실린 ‘대기업병 극복하니 동물의 숲도 히트’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 jplee@lg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