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빅데이터 분석 기업 폴메트릭스, 20대 국회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전수조사 결과 발표
제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지난 7일 시작된 가운데, 입법 빅데이터 분석 기업 폴메트릭스(PolMetriX)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실시된 4차례의 국정감사에 채택된 일반 증인과 참고인을 전수조사 해 분석한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20대 국회 국정감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요 기업 중 삼성 계열사와 현대자동차 그룹 소속 임직원이 증인 및 참고인으로 가장 많이 채택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출석 요구가 철회된 증인 중 절반에 가까운 44%가 기업인으로 드러났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기업인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
20대 국회 국정감사에 소환된 전체 증인 및 참고인 규모는 총 1673명이었으며, 출석 1428명, 불출석 245명으로 집계됐다. 출석 철회된 177명을 합산하면 총 증인·참고인 채택 규모는 1850명으로 나타났다.
국정감사에 나서는 해당 상임위에서는 매년 경영 일선을 책임지는 경영진을 중심으로 증인을 채택해 일각에선 ‘기업 길들이기 용’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주요 기업 소속 증인·참고인 135명 중 122명이 임원급 기업인이었다. 대표이사·사장·회장 또는 그에 준하는 직위가 총 72명으로 절반 이상이었으며, 부사장급은 22명, 전무급 13명, 상무급 6명, 부문장 9명 등이었다.
특히, 증인·참고인 출석을 요구했다가 철회한 경우는 177명으로, 이 중 77명이 기업인이었다. 기업인의 최초 채택 대비 철회율은 12.4%로, 비기업인의 8.1%보다 5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는 이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출석요구를 받았으나 추후 철회됐다. 2018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석구 스타벅스 대표를 증인 신청했으나 이후 골목상권 상생방안을 마련했다는 이유로 증인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증인 신청 사유 중에는 각종 산업재해나 하도급 문제 등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도 있으나, 기업에게 기부금 납부를 요구하기 위해 소환한 경우도 있었다. 2017년 국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SK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등 주요 건설사 대표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뒤 사회공헌재단에 기부금을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2018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수펙스추구협의회, LG전자, 롯데지주 등 5대 기업 소속 경영진들에게 국회의원들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 기부를 독촉하기도 했다.
증인 소환 후 신문 없이 돌려보낸 사례도 있다. 2016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삼성전자, 태광 티브로드, SKT, KT, LG유플러스의 임원들이 출석했으나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인해 국정감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증인들은 신문 없이 국감장 내 대기 후 복귀 조치됐다.
기업인 출신 증인(참고인 제외)은 출석률이 더 낮았다. 기업인 증인은 총 460명으로 이 중 78%인 362명이 출석했다. 불출석사유로 가장 많은 것은 해외출장(24건)이었으며 건강(18건), 재판 및 수사(8건) 등이 뒤를 이었다. 주요 기업 소속 증인·참고인 135명 중 불출석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송승봉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총 8명이었다.
2020년도 국정감사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해외출장 제한과 함께 화상회의를 활용한 비대면국감 진행, 참고인 원격 출석 등이 도입되어 증인·참고인들의 출석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폴메트릭스는 이를 포함한 21대 국회 국정감사와 20대 국회 국정감사 전반에 대한 분석을 담은 보고서를 출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