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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정은 ‘核 선제 不사용’ 말장난에 호들갑인 정부여당

입력 | 2020-10-13 00:00:00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0일 열병식 연설을 두고 “(핵무기) 선제공격은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한 것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전날 “군사력을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한다”고 한 대목을 그대로 받아 북한이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준 긍정적 메시지라고 평가한 것이다.

김정은의 ‘전쟁억제력’, 즉 핵무기 관련 발언에 대한 국방부의 오도된 해석이 이처럼 여권의 여론몰이로 이어지고 있다. 김정은 발언은 이랬다. “우리의 전쟁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지만 만약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한다면 우리의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하여 응징할 것이다.” 여기에서 어떻게 국방부식 평가가 나올 수 있는가. 아전인수를 넘어 왜곡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은이 말한 ‘선제 불사용’도 입에 발린 소리일 뿐이다. 북한은 이미 2016년 7차 노동당대회 때 핵무기 선제 사용은 하지 않겠다고 했고 재작년엔 여기에 ‘핵무기·핵기술 이전도 하지 않겠다’고 추가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이라는 전제가 붙은 조건부였다. 중국이 1964년 처음 천명한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원칙도 사실 후발 핵개발 국가가 자신들의 핵보유를 정당화하며 기존 핵강국을 압박하려는 선전용 수사였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 행세를 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위기와 협상, 교착의 북핵 사이클을 돌려 핵 고도화의 시간을 벌었고, 이제 핵국가 지위를 굳히겠다는 속셈을 노골화하고 있다. 내달 3일 미국 대선 이후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에도 대비하고 있다. 최근 대남 유화 제스처도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후보에 맞춰 한국을 징검다리 삼겠다는 의도일 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방부는 “공격력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해 응징하겠다”는 협박은 외면한 채 하나 마나 한 얘기를 끄집어내 부각시켰다. 이런 눈 가리고 아웅 식 평가를 다른 곳도 아닌 국방부가 내놓았다. 정부 어느 기관보다 북한의 군사적 능력과 의도를 정확히 읽어야 할 국방부인데, 이러고도 안보를 책임진다 할 수 있는지 참으로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