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쉽게 띠지-낱개포장 안하고 가공식품업계도 선물세트 변화 뚜껑-비닐 없는 제품으로 채워
스티로폼 대신 종이로 만든 난좌. 과일을 담기 위해 오목한 모양으로 성형한 난좌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대표적인 일회용품이다. 자연애플 농장 제공
경남 함양군에 있는 자연애플 농장 마용운 대표는 8월 20일 페이스북에 “기후 위기와 플라스틱 오염시대를 사는 가운데 지구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도록 이제부터 택배로 보내는 사과상자에 스티로폼 난좌(계란 과일 등을 담을 수 있게 오목한 모양으로 성형된 받침대)와 완충재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를 위해 마 대표는 스티로폼 난좌를 종이로 바꿨다.
종이 난좌를 구하고 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 대표는 수개월간 수소문한 끝에 전북 김제시에 있는 종이 난좌 생산업체를 찾아 장당 250원을 주고 종이 난좌 5000장을 샀다. 스티로폼 난좌는 장당 90원이고, 농협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과정부터 쉽지 않다. 종이 난좌가 스티로폼 난좌보다 덜 푹신한 탓에 사과가 상하는 경우도 있다. 단골손님이 “낙과를 보낸 것 아니냐”고 연락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 난좌를 계속 쓸 계획이다. 마 대표는 “플라스틱 대체재 사용이 늘어나면 경제성과 성능도 더 나아질 것”이라 말했다.
가공 식품에서도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시도가 생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 추석부터 노란 플라스틱 뚜껑을 뺀 ‘스팸’ 선물세트를 도입했다. 햄 캔이 찌그러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씌우는 플라스틱 뚜껑은 내용물의 품질과 관련이 없고,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제일제당 측은 “앞으로도 제품 안정성을 고려하면서 일반 소매점에서도 뚜껑 없는 스팸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원F&B는 최근 김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를 뺀 ‘양반김 에코패키지’를 출시했다. 부피가 줄어들면서 제품에 사용되는 비닐 양까지 줄었다. 비닐 포장을 뜯으면서 생길 수 있는 제품 파손에 대비해 ‘레이저 커팅 필름’을 도입해 비닐이 쉽게 뜯어지도록 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