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득 만화가 그림
권용득 만화가
때마침 고용보험에 가입한 적 없던 나는 고용노동부로부터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특정 기간 수입에 비해 올해 특정 기간 수입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셈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아니더라도 나 같은 프리랜서의 수입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그 돈이면 무선 청소기를 충분히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무선 청소기를 과감히 지르려던 찰나, 이사가 겹치는 바람에 통장에 입금됐던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모두 이사 비용으로 빠져나갔다.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유선 청소기를 불편한 대로 쓰면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아내는 눈여겨봤던 메시와 호날두의 단점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흡입력이 신통치 않다든지, 배터리 수명이 짧다든지, 완벽한 줄 알았던 메시와 호날두에게도 단점이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모든 축구팀에 메시와 호날두가 있는 건 아니다. 메시와 호날두 없이도 곧잘 이기는 축구팀처럼, 세상의 대부분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이 어려운 시기를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견디고 있을 테고, 그나마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요즘 같은 시기에는 심야 영업만 하던 동네 호프집이 점심시간마다 한식 뷔페식당으로 돌변하더라도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건 아내와 나도 마찬가지다. 돈이 되는 일을 가릴 처지가 아니고, 게다가 애초에 청소는 먼지가 잔뜩 쌓여서 굴러다닐 때까지 미루기 일쑤다. 청소도 자주 하지 않는 판에 유선 청소기를 무선 청소기로 다급하게 교체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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