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여자 PGA챔피언십서 메이저 첫 승… LPGA 통산 11승
4R서 버디 7개 추가 14언더파… 5언더 치며 추격한 박인비 제쳐
5년 넘게 메이저와 유독 인연 없어
28회 출전해 준우승만 2회 그쳐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미래에셋)이 12일(한국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스퀘어 애러니밍크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8번홀(파4)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은 뒤 퍼터를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뉴타운스퀘어=AP 뉴시스
그토록 기다려 왔던 생애 첫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빨간 바지의 마법사’는 활짝 웃었다. 다섯 살이던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을 본 뒤 오래도록 꿈꿔 온 장면이었다. 그동안 LPGA투어에서만 10차례 우승을 하면서도 풀지 못했던 숙원이 29번째 도전 끝에 비로소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눈물을 계속 참고 있었다.
김세영(27·미래에셋)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1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스퀘어 애러니밍크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따내는 무결점 플레이에 힘입어 최종 합계 14언더파 266타로 2위 박인비(32)를 5타 차로 제쳤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번 홀(파4)에서 어프로치 실수를 하고도 침착하게 파를 세이브하며 안정감을 되찾은 김세영은 전반 9홀에서 버디 3개, 후반 9홀에서 버디 4개를 따내며 유유히 정상에 당도했다. 이 대회에서만 3년 연속 우승했던 박인비(32·KB금융그룹)도 이날만 보기 없이 5타를 줄이며 한때 2타 차까지 추격했으나 마지막 날이면 마법을 일으킨다는 빨간 바지를 입고 나선 김세영의 기세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세영은 “내가 좋아하는 선수인 인비 언니와 대결 구도를 가졌다는 게 영광스럽다. 인비 언니가 당연히 잘 칠 것이라는 생각에 리더보드도 안 봤다. 더 잘 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경기 후 “세영이는 언터처블(untouchable)이었다. 메이저 우승을 못 해 본 선수라고는 믿기 힘든 플레이를 펼쳤다”고 후배를 향한 찬사를 보냈다.
우승 상금 64만5000달러(약 7억4000만 원)를 챙긴 김세영은 시즌 상금 90만8219달러(약 10억4000만 원)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박인비는 2위 상금 38만8569달러(약 4억5000만 원)를 추가하며 상금 선두(106만6520달러·약 12억2000만 원)가 됐다. 13일 발표되는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김세영은 2위, 박인비는 4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진영이 1위. 김세영과 박인비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 동반 출전했다. 국가당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는 내년 도쿄 올림픽 출전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