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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7쪽 제안서 보고 옵티머스 펀드 설정한 NH “졸속 심사 아니다”

입력 | 2020-10-13 03:00:00

檢, 펀드 설정과정 집중 조사




‘표지를 제외하고 7쪽짜리 상품제안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50·수감 중)가 2019년 6월 11일 여의도의 NH투자증권 본사를 찾아가 ‘공공기관 매출채권 펀드’에 대해 설명하며 제시한 서류는 파워포인트(PPT) 형식의 얇은 문서였다. 제안서에는 상품 투자위험등급이 전체 6등급 중 두 번째로 위험성이 낮은 ‘5등급’으로 기재돼 있었지만 이는 옵티머스가 직접 매긴 것이었다.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의 90%가량을 판매한 NH투자증권의 펀드 설정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반면 올 7월 검찰에 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한 NH투자증권 실무진은 “공공기관 매출채권 펀드가 흔하지는 않았지만 상품구조가 간단해 검토하는 데 문제가 없었고, 운용사 자체 등급 부여도 제도상 그대로 따르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NH 측이 먼저 방문 요구, 현장에서 승낙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019∼2020년 NH투자증권이 54호까지 판매한 ‘옵티머스크리에이터’ 시리즈 펀드가 설정된 초기 단계부터 몇 가지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했다. 2019년 6월 NH투자증권에 직접 펀드 상품을 소개한 김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NH투자증권 관계자들과 간단한 질의응답을 한 뒤 펀드를 언제 설정해줄 수 있는지 물었는데 ‘바로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펀드 설정날짜를 바로 지정하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또 “(설명한 지) 이틀 만에 펀드 설정을 한 것은 굉장히 빠른 것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첫 펀드 설정을 앞두고 2019년 4월 28일, 5월 9일, 6월 11일 등 총 3차례에 걸쳐 NH투자증권을 방문했다. 최초 펀드 제안 경위에 대해 김 대표는 “NH투자증권에 투자제안서를 먼저 보내지 않았고, NH투자증권 간부가 먼저 연락이 와 펀드 설명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원래 투자제안서는 옵티머스 같은 펀드운용사가 판매사(증권사)에 보내는 것인데, 거꾸로 진행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NH투자증권의 ‘역제안’이 있기 전 김 대표는 옵티머스의 고문이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수배 중) 등으로부터 “NH투자증권의 정영채 대표이사에게 연결해줄 수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전 대표는 2019년 4월 말 정 대표와 통화를 했다면서 김 대표에게 “기다려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또 비슷한 시기 이 전 부총리와 또 다른 고문인 양호 전 나라은행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NH투자증권과 또 다른 유력 증권사 대표이사를 연결해줄 수 있다는 취지의 대화가 오갔다고 주장했다.

이후 NH투자증권 연락을 받은 김 대표는 3차 방문 설명을 한 지 이틀 만인 6월 13일 338억 원 규모의 첫 펀드 설정에 성공한다. NH투자증권은 엿새 뒤인 6월 19일 320억 원의 두 번째 펀드를 개설해줬다. NH투자증권이 본격 판매에 나서자 2018년 2284억 원 규모였던 옵티머스 펀드 수탁액은 1년 만인 2019년 말 4745억 원으로 2배 넘게 뛰었다.


○ 김 대표, 펀드 판매 일주일 뒤 정 대표 만나

검찰은 2019년 6월 13∼19일 옵티머스가 658억 원의 펀드 설정에 나선 지 일주일 뒤 김 대표가 옵티머스 관계자 2명과 함께 정 대표를 만난 사실도 밝혀냈다. 압수된 김 대표의 휴대전화에 관련 일정이 나온 것이다. 김 대표와 함께 정 대표를 만난 관계자는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출신인 김모 고문과 이모 부띠크성지건설 대표였다. 다만 김 대표는 “정 대표와 친분이 있던 김 고문 주선으로 만난 자리라 펀드 관련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이 대표가 ‘NH의 넘버3’라며 또 다른 NH본부장급 간부를 김 대표에게 소개해줬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펀드 판매 관련) 외부 압박은 전혀 없었다. 회사 메커니즘상 불가능한 구조”라며 “식사 자리에서도 옵티머스펀드에 관해 얘기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 자신들이 설정한 펀드에 지배회사 돈 투자

검찰은 옵티머스 측이 NH투자증권 펀드 판매를 돕기 위해 자신들이 운용하는 펀드에 자금 경유지 및 저수지 역할을 하던 트러스트올과 셉틸리언 명의로 펀드 가입을 한 사실도 확인했다. 기존 펀드 자금으로 신규 설정한 펀드에 가입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NH투자증권본사에서 근무하는 부장이 지점에 연락해 “옵티머스를 잘 도와주라”고 했다는 NH투자증권 직원의 진술도 확보했다. NH투자증권 측은 “2017년부터 9개 증권사가 9500억 원가량 판매해왔던 상품으로 트랙레코드가 안정적이었다”면서 “김 대표로부터 2019년 5, 6월 두 차례에 걸쳐 설명을 들었고 졸속 심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위은지·김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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