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T1 면세점 세 차례 유찰
코로나 사태보다 온라인 전환 핵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사업권 입찰이 올해만 세 차례 무산되자 면세점 업계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면세점 사업권이 유찰된 원인은 표면적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영 환경 악화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코로나 사태는 촉매제일 뿐 면세점 역시 여타 유통업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전환 추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1위 업체인 롯데면세점 매출 구성비를 보면 2013년 전체 매출 중 8% 불과했던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34%가 됐다.
T1 면세점 사업권은 지난 2월과 9월, 그리고 이달까지 총 세 차례 유찰됐다. 세 번째 입찰 참가 신청 기간이었던 지난 12일까지 신청한 면세점은 대기업 한 곳과 중소중견기업 한 곳이었다. 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13일에 사업 제안서나 가격 입찰서를 받아볼 필요도 없이 사실상 또 한 번 사업자 선정이 무산됐다.
지난 2월 입찰 실패 후 인천공항공사(공사)는 임대료 조건을 수정했다. 기존에 고정 임대료 대신 매출 연동형 임대료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면세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고, 따라서 여객 수요가 언제 정상화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무턱대고 사업을 벌일 순 없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면세점 매출의 약 50%는 시내면세점에서 30%는 온라인 면세점에서 나왔다. 나머지 20%가 공항 면세점 매출이었다. 코로나 사태는 전체 온라인 쇼핑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을 보면, 8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역대 최대인 14조3883억원을 기록했다. 소매 판매액 중 온라인 쇼핑 거래액 비중은 28.6%로 지난해 같은 달 20.9%보다 약 8%포인트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는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고 여객 수요가 정상화된다고 해도 공항 면세점 수요가 덩달아 늘어날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의 내실 다지기라는 게 결국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현재 국내 면세점 가장 큰 손인 따이궁(代工·중국 보따리상)이 주로 이용하는 면세점 채널이 시내 면세점과 온라인 면세점이라는 것도 공항 면세점 사업권에 관심이 시들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여객 수요가 정상화되면 매출 연동 임대료에 변화가 생기게 되는데, 그때는 또 수백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감당해야 한다”며 “그렇다면 매출도 안 나오는 공항 매장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공사는 앞서 정상 수요 회복 전까지만 매출 연동형 임대료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상 수요는 코로나 사태 영향이 없던 지난해 월별 여객 수요의 60% 이상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