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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염두에 뒀나…병무청 “대중문화 우수자 병역 연기 추진”

입력 | 2020-10-13 17:15:00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 뉴스1

미국 빌보드 차트를 잇달아 석권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군 입대를 미루고 당분간 활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병무청이 대중문화예술 우수자에 대한 병역 연기를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한 병역 특례(군 면제)는 아니지만 또 다른 ‘병역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병무청은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 업무 보고 자료에서 “대중문화예술분야 우수자의 징·소집 연기 등을 골자로 한 병역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부 장관의 추천자에 대해 (병역을) 연기하되, 품위를 손상한 자에 대해선 연기 취소를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대중문화예술 활동 보장으로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자는 취지라고 병무청의 설명을 두고 사실상 ‘BTS 병역 연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행 병역법 60조는 고교 이상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 연수기관에서 정해진 과정을 이수중인 사람, 국위선양을 위한 체육분야 우수자에 대해서만 최장 28세까지 입영 연기를 허용하고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입영 연기 대상에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를 추가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BTS 멤버들도 28세까지 군 입대를 연기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병무청은 BTS의 ‘병역면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대중문화예술 분야는 병역특례 대상에서 제외하는 현 규정을 고수하겠다는 것. 앞서 정치권 일각에서 BTS의 병역 특례 필요성이 잇달아 제기된데 이어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국감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BTS에 대한 입영 연기 허용이 또 다른 ‘병역특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BTS의 성과와 무관하게 대중적 인기가 높다는 이유로 군 입대를 늦추도록 하는 것은 병역 형평성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케이팝 위상을 높였다는 이유로 법을 바꿔서까지 입대를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논란 여지가 있다‘, ”입대를 앞둔 20대 사이에선 과도한 특혜로 볼 수밖에 없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모종화 병무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병무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우보고를 하고 있다. 2020.10.13 사진공동취재단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모종화 병무청장은 이날 국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입영연기) 추천 기준을 만들겠다“면서 ”(구체적 기준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문체부, 국방부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대중문화예술 분야에 연기 혜택을 주면 다른 예술 분야도 똑같이 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차별이란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편 모 청장은 ”인기가수로서 국민을 기만하고 병역을 면탈해 국민적 공분을 산 스티브 유(가수 유승준)의 입국 금지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승준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않다. 한국 사람이 아니고 미국 사람“이라며 ”그의 입국금지 조치가 풀린다면 성실히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장병들이 허탈감과 상실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씨는 2002년 병역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뒤 한국 입국을 제한받자 소송 끝에 올 3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