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몇 살이세요?”
“고3. 19살이요.”
“에이, 거짓말 안 하셔도 되요. 06년생도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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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남 화순에서 10대가 무면허로 렌터카를 몰다가 20대 대학생을 치여 숨지게 만든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가해 청소년은 소셜미디어에서 알게 된 불법 렌트카 브로커에게 차를 빌렸던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접촉해봤더니 면허가 없거나 미성년자라도 너무나 쉽게 렌트카를 빌릴 수 있었다. 이들은 익명으로 소통하는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을 유혹했다.
또 다른 브로커 B 씨는 전화가 연결되자 대뜸 나이와 출생년도, 띠까지 캐물었다. 대답을 얼버무리자 “지금 차량이 다 나가서 대기가 별로 없다. 언제 돈을 보낼 수 있느냐”며 능수능란하게 유도했다. 거주지 가까이에서 어떻게 차를 빌리는지도 일사천리로 설명하며 정신을 빼놓았다. “면허가 없는데 정말 되냐”고 묻자 “그런 분들을 위한 서비스다. 염려 마라. 한두 번 하는 게 아니다”며 안심시켰다.
브로커들은 묘한 공통점도 지녔다. 재빨리 상대가 어리다는 걸 파악하고도 ‘선생님’이나 ‘사장님’이란 호칭을 빼놓지 않았다. “믿고 맡기시면 편안하게 이용하실 수 있어요” “이렇게 쉽게 차 빌리기 어려워요”라고 극존칭을 썼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 10대들은 이렇게 대접받는다는 기분에 혹해 쉽사리 거래에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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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나면요? 걱정 마세요. 어차피 신용불량자 명의를 구해 쓰는 거라 괜찮아요. 어디 박으면 그냥 튀면 돼요. 다들 그렇게 해요.”
경찰청에 따르면 면허가 없는 10대가 렌터카를 몰다가 낸 사고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15년 55건에서 지난해 90건으로 증가했다. 그로 인해 8명이 목숨을 잃고 722명이 다쳤다. 하지만 브로커들은 경찰도 우습게 여겼다. “어차피 못 잡는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화순 교통사고 때 브로커에서 명의를 빌려준 30대는 경찰에 붙잡혔지만, 해외에 거점을 둔 브로커는 아직 신원도 파악되지 않았다.
차량 공유 서비스를 악용한 범죄가 늘고 있지만, 관련 업계에선 별 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렇다고 서비스 업체가 실시간으로 모든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하도록 한다면 너무 과도한 책임인데다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면허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는 시스템을 이용해 범죄를 예방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개인정보를 사고팔거나 차량 불법 렌트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라 전했다.
김윤이 인턴기자 연세대 계량위험관리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