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역체계 위협 우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3일 0시 기준 해외 유입 확진자는 33명이다. 부산에서는 이날까지 사흘간 러시아 선박 선원 16명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모두 무증상 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부산항으로 들어온 화물선 선원 23명 중 11명이 11일 확진됐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치료를 위해 이 화물선 선장에게 하선을 요구했지만 선원들의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방역당국은 이 선박에 대한 회항 조치를 결정했다. 12일엔 러시아 냉동·냉장선 선원 20명 중 3명이, 13일엔 10명이 승선한 사르간호 선원 가운데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해외 유입 환자 중에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들어온 경우가 8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미국(54명) 필리핀(49명) 인도(41명) 러시아(29명) 네팔(27명) 순이었다.
정부는 검역 단계에서 걸러지거나 2주간의 자가 격리를 거쳐야 하는 해외 유입 환자는 방역망 내에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에서 코로나19 2차 유행이 확산하면 해외 유입 확진자가 늘어나 국내 방역체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현재 방역강화 대상으로 6개국을, 추이감시 대상으로 4개국을 지정해 놓고 있다. 방역당국은 추이감시 대상 국가를 한 곳 더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해외에서는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프랑스는 이달 들어 하루 평균 확진자가 2만 명대에 이른다. 10일에는 2만689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1차 유행 때인 3, 4월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영국도 지난달 30일 처음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1만 명을 넘겼다. 이달 들어서는 3일과 4일을 제외하고 확진자가 매일 1만 명 이상 나오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10일 하루에만 1만3634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등 이달 들어 일일 평균 확진자가 1만5000명대에 가까워졌다. 13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132만6178명으로 미국, 인도, 브라질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미국도 상황이 심각하다. 12일(현지 시간) 현재 31개 주에서 1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환자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유럽 각국 정부는 봉쇄 대책의 수위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2일 하원에 출석해 코로나19 대응 3단계 정책을 발표했다. 감염률에 따라 각 지역을 보통, 높음, 매우 높음 등 3단계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봉쇄의 수위를 다르게 한다는 게 핵심이다. 존슨 총리는 “최근 3주간 확진자가 4배나 급증했다”며 “그럼에도 전면 봉쇄는 올바른 대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체코는 14일부터 술집, 식당, 나이트클럽을 전면 폐쇄하고 학교 수업도 이달 말까지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전면 봉쇄는 피해야 한다”면서도 “확산세가 더 심각해진다면 지역별 봉쇄 조치를 내리는 방안을 우선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전주영 aimhigh@donga.com / 부산=조용휘 기자 / 파리=김윤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