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문화재청이 국회에 제출한 ‘궁·능 주요 목조문화재 보험가입’에 따르면 경복궁의 근정전(국보 제223호) 보험가액은 약 33억 원, 경회루(국보 제224호)는 99억5000여만 원으로 평가됐다. 보물로 지정된 경복궁의 자경전, 사정전 등은 10억 원대 안팎이다. 보물이 국보보다 더 비싼 것도 있다. 보물급 문화재인 창덕궁 대조전과 희정당은 61억4000만 원, 36억4000만 원으로 근정전보다 높이 평가됐다.
▷궁궐 같은 국가 소유 문화재는 취득 원가가 따로 없어서 재산가액, 즉 보험가를 계산하기가 어렵기는 하다. 보험가액이 너무 낮게 책정되면 화재 등 불의의 사고가 생겼을 때 복구비용을 제대로 충당할 수 없다. 숭례문처럼 또다시 막대한 혈세 지출과 국민들의 ‘감성 기부’로 메워야 할 판이다. 반대로 무형적 가치까지 반영할 경우 보험가가 높아져 보험료가 올라간다. 대체로 우리나라 문화재는 보험가가 낮게 책정돼 있다. 평균 0.02% 수준으로 적용받는 보험료율이 비싸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 나라의 문화재는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자산이다. 이런 문화재를 돈으로 환산하는 건 한계가 있지만 보존이나 활용에 투입할 예산 책정을 위해서라도 보다 정확한 가치 평가가 필요하다. 문화재나 예술품 가격은 그 나라의 국력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경복궁에서 제일 웅장한 건물이자 조선 왕실의 상징인 근정전이 강남의 고급 아파트 한 채 값보다 못하게 책정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안영배 논설위원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