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돈에 관해 덜 걱정하는 법’을 쓴 존 암스트롱 교수는 “어떻게 해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기 전에 자신에게 “돈이 얼마나, 왜 필요한지”에 대한 자기 나름의 답을 고민해 보라고 조언한다.
개인 재무 자문가로 유명한 라밋 세티가 구글에서 한 강연 동영상을 보았다. 그는 구글 직원들에게 “당신에게 ‘부자의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는다. 청중은 저마다 “자유” “안심” “안전” 등을 말한다. 세티는 그렇게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것으로는 모자라며 훨씬 더 구체적으로 답해 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넉넉하지 않은 집안 사정으로 식당에서 전채 요리를 주문할 수 없었던 그에게 부자의 삶이란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전채 요리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주문할 수 있는 삶이다. 구체적인 답을 찾기 위해 세티는 자신이 돈을 쓰면서 커다란 기쁨을 주었던 경험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질문을 던졌다. 어떤 사람은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을 두고 자신은 일에 집중할 수 있을 때를 말했고, 또 어떤 사람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살 수 있을 때를 말했다.
어떤 사람은 커피값을 아껴서 저축이나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수입 중 정해진 만큼 저축과 투자를 유지한다면 커피 등은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마시라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상황에 맞추어 어떤 원칙과 취향을 갖느냐에 따라 정할 일이다.
역시 개인 투자 전문가로 ‘부에 이르는 단순 경로’의 저자이자 구글에서 인상적인 강연을 한 제이 엘 콜린스의 원칙은 “번 것보다 적게 써라. 남는 것을 투자해라. (집 사는 것 빼고는) 빚을 지지 마라”로 요약된다.
콜린스와 세티 모두 돈을 벌고 싶다면 돈에 대해 무책임한 사람을 피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금전 감각이 없거나 무책임한 사람과 결혼하지 말거나, 이미 결혼했다면 절대 당신의 재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말한다. 우리는 살면서 이런 가족이나 친구 때문에 어렵게 모은 돈과 신뢰 관계를 모두 망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본다. 거절하는 게 어려워 심지어 자기 돈도 아닌 가까운 사람의 돈을 빌려 남에게 빌려주고 전전긍긍하는 사례를 본다. 많은 경우 돈에 대한 자기만의 원칙이 없거나 이를 지키지 못해 발생한다.
또 다른 안타까운 사례는 이직이나 승진 등에서 연봉협상이 가능한데도 ‘알아서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주는 대로 받는 경우이다. 이 역시 개인의 성격과 원칙의 문제이겠지만, 혹시라도 협상하는 것이 껄끄러워서 피하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원하는 연봉을 받지 못할 경우 직책이나 교육 기회, 특별 복지 혜택 등 다른 협상 카드를 가질 수 있다. 요구하지 않는 사람에게 더 주지 않는 것은 의사결정자의 당연한 심리이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돈은 중요하다. 돈을 더 벌수록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낀다면, 지금 한번 나의 돈벌이와 쓰임새에 대해 돌아볼 시점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