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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노벨상이야” 한밤 문 두드린 80대 스승

입력 | 2020-10-14 03:00:00

경제학상 공동수상 윌슨 교수, 노벨委 연락 못받고 잠자던
이웃집 밀그럼 교수 집찾아 전해… CCTV 동영상 공개되며 화제




로버트 윌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부부가 12일 오전 2시경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제자인 폴 밀그럼 교수의 자택 초인종을 누르는 모습. 스탠퍼드대 트위터 화면 캡처

“폴. 나 윌슨이네. 자네가 노벨상을 받았다네.”

로버트 윌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83)는 12일 오전 2시경(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지역의 한 주택 문을 두드렸다. 스탠퍼드대 동료 교수이자 과거 제자였던 폴 밀그럼 교수(72)에게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사제(師弟)에서 학문적 동지가 된 두 교수는 ‘경매 이론’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윌슨 교수는 이미 직전에 스웨덴 노벨위원회에서 전화를 받고 자신의 수상 소식을 안 상태였다. 반면 밀그럼 교수는 숙면을 취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설정해 놓은 탓에 미처 전화를 받지 못했다.

이에 윌슨 교수 부부는 한밤중에 직접 자택 바로 앞에 있는 제자의 집을 서둘러 찾았다. 스탠퍼드대가 이날 트위터에 올린 밀그럼 교수 집 폐쇄회로(CC)TV 동영상에는 윌슨 교수가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울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윌슨 교수 부부가 “(노벨위원회에서) 연락이 올 것이니 전화를 받으라”고 하자 밀그럼 교수는 “와” 하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두 교수가 한밤중에 수상 소식을 듣고 한바탕 소동을 벌인 것은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 시점까지 철저히 비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역대 수상자들 중에는 노벨위원회의 전화를 받고 장난전화라고 생각하는 일도 잦았다.

이날 오전에 열린 원격 기자회견에서는 두 교수의 주요 연구 과제인 경매 이론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팬데믹) 국면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윌슨 교수는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 개인 의료 보호장비(PPE)란 희소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일에 ‘경매 이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환자 수를 가늠해서 PPE를 각 병원에 공급하고 이와 별도로 병원들끼리 PPE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밀그럼 교수는 “팬데믹 초기 인공호흡기가 부족해 미국 주마다 확보 경쟁을 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의료 체계에 부담만 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