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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국군 독자 대북 감시자산 확보에 구멍… 전작권 전환 악영향

입력 | 2020-10-14 03:00:00

무인정찰기 시제기 2대 모두 결함




올 7월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대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첨단무기와 군사장비를 시찰한 뒤 현황 보고를 받는 가운데 한국형 중고도무인정찰기(MUAV) 모형이 앞에 놓여 있다. 동아일보DB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군은 야심 차게 한국형 중고도무인정찰기(MUAV) 도입 준비를 시작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우리 군의 독자적인 대북(對北) 감시 자산 확보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MUAV의 실전 투입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5000억 원이 넘는 예산과 4차례의 시험 평가 연장에도 불구하고 MUAV에 여전히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황대로라면 우리 군은 여전히 대북 정보를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방 목표인 전작권 전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3일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방위사업청에서 제출받은 ‘한국형 MUAV 사업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MUAV 시제기 두 대 중 한 대가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청은 보고서에 ‘하드 랜딩’(경착륙)이라고 표현했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MUAV 시제기는 추락해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발전기가 오작동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고도를 제어하는 컨트롤 부분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여기에 남은 한 대는 결빙이라는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났다. MUAV는 고도 6∼13km 상공에서 몇 시간씩 비행하며 정찰 업무를 수행한다. 이 고도에선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결빙을 막기 위한 방빙(防氷)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시험 운행에서 MUAV는 결빙으로 인해 ‘크랙(쪼개짐)’이 발생했다. 결국 실전에 투입하더라도 실제 성능을 100% 발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에서 해당 부품을 도입해야 하는데 ‘수출제한(EL) 품목’이라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방사청과 합동참모본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도 ‘제한적 운용’을 조건으로 전력화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사청은 “올해 12월 말에 운용시험평가에서 적합 평가가 나오면 내년 2, 3월경 개발 사업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쪽 운영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년 상반기부터는 양산에 착수하겠다는 의미다.

군이 MUAV 투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2018년 체결된 9·19남북군사합의도 영향을 미쳤다. 군사합의에 따라 군사분계선(MDL)에서 10∼15km 이내 지역에는 무인정찰기를 띄울 수 없다. 이에 따라 원거리에서 정찰이 가능한 MUAV의 투입이 시급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10일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방사포 및 전술지대지미사일은 물론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이동식발사차량(TEL) 등의 동향을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MUAV가 필요하다. 전작권 환수를 위해서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정보 수집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MUAV의 중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는 군사정찰위성이 없기 때문에 북한의 주요 군사적 움직임을 미국으로부터 전달받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MUAV의 결함을 조속히 보완해 100% 운용 가능한 상태로 전력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형 MUAV 개발에는 대한항공,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등이 참여했다. 김 의원은 “국내 기술로 10년 넘게 연구해 MUAV 시제기를 개발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우리 군의 독자 역량 강화와 안전을 위해서도 결함 등 성능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함 논란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방빙 시스템 결함은 패널을 교체했고 하드랜딩 부분은 소프트웨어와 장비 형상을 개선했다. 향후 시험평가 재개를 위해 관련 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은택 nabi@donga.com·신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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