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전복’의 전복콩나물해장국.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영어로 해장술을 ‘아이 오프너’라고도 하는데, 숙취를 없애려고 한잔 더 마시면 눈이 뜨이게(맑게) 된다는 말은 아예 뇌를 마비시켜 통증 자체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해장술이야말로 건강에 치명적이고 그 효과 또한 과학적 근거가 없어서 작취미성(昨醉未醒)을 즐기다가 취생몽사(醉生夢死) 당할 수 있습니다. 왜 사서 숙취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있지만 어차피 내려올 산을 목숨까지 걸고 올라가는 산악인과 같은 심정이라고 애주가들은 둘러댑니다.
지금까지 저는 해장의 한자를 ‘解腸’으로 알았는데 찾아보니 해정(解정)에서 나온 말이고, 이는 ‘정’을 ‘장’으로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정(정)이란 술로 생긴 병을 뜻하지만, 쓰린 속을 풀어준다는 의미라면 해장(解腸)을 써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닌 듯합니다.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정문 근처에 살아있는 전복을 넣는 콩나물 해장국집이 있습니다. 잘 다듬은 콩나물과 깐 새우, 오징어 등이 넉넉하게 들어있고 국물이 아주 맑습니다. 여기에 청양고추를 조금 썰어 넣으면 칼칼한 것이 땀까지 송송 맺히지요. 반주로 소주 두어 잔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아직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 불행 중 다행입니다.
술 이야기가 나왔으니 객쩍은 소리 하나 하지요. 골프를 치거나 야외활동을 할 때 선글라스를 끼면 피부가 덜 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뇌가 감지하여 멜라닌 세포들의 활성도를 조정한다지요? 그렇다면 빨리 취한다는 해장술을 마실 때 선글라스를 끼고 마시면 뇌가 밤으로 착각하여 덜 취하지는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주말에 도전적인 임상실험 숙제가 생겼네요.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 아라전복=경기 수원시 영통구 신원로 299, 전복콩나물해장국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