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가 제 것인 듯 법과 제도 바꿔 사익 챙기는 대형부패가 ‘국가포획’ 민주화유공자 자녀에 대입·취업특혜 위헌적 특권계급 대물림하려는 것
김순덕 대기자
서슬 퍼런 박정희 유신 시절을 거치며 잡아 올린 그 예쁜 고래가 지금은 고래고기로 팔려나가고, 뼈까지 구석구석 뜯어 먹히는 느낌이다. 이 나라를 자기네들이 민주화한 것처럼 도륙하고도 모자라 자식들한테 특권 세습을 하려는 86그룹 운동권 집권세력 때문이다.
부패도 급수가 있다. 행정부패가 규제나 정책을 놓고 관료나 정치인들이 뇌물 등 대가를 챙기는 것이라면, 국가포획(State Capture)은 나라를 포로처럼 잡아놓고 사익을 추구하는 대형 부패라고 세계은행에선 분류했다. 문재인 정부가 행정·입법·사법부를 총동원해 법과 제도의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것이 바로 국가포획이다. 20년 집권으로 그들의 배는 불릴지 몰라도 나라와 국민은 식민지 신세다.
더 놀라운 건 고래 뼈에 붙은 살점까지 발라 먹기 위해 자식들을 불러들이는 좌파의 탐욕이다. 우원식 윤미향 등 민주당 의원 20명이 발의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은 학생운동과 노동, 통일운동 등으로 사망했거나 부상한 유공자의 자녀에게 대학 입학과 취업 특혜를 주는 게 핵심이다. 우원식은 여당 의원에 해당자도 없고 ‘운동권 셀프 특혜법’도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은 척 말했지만 그렇지 않다. 신분제로 돌아간다는, 나라 근간을 뒤흔드는 소리다.
86그룹 의원 상당수가 합세한 이 안은 ‘훈장 등의 영전(榮典)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헌법 11조 3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영전이란 국가·사회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부여하는 특수한 법적 지위를 말한다. 5·18유공자들과 달리 민주화유공자들 연령층에선 대입과 취업을 할 자녀들이 계속 나올 공산이 크다. 민주화유공자의 자녀들을 대학에 일정 비율 입학시키고 국가기관과 공공기관, 국공립학교는 물론 대기업과 사립학교 채용시험에 가산점을 주어 특수계급의 상류생활을 세습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귀족사회였던 신라, 그러니까 영남의 귀족적 세습적 특권 감각이 한국사 전체를 관통한다고 한다. 조선은 개국 공신(功臣)들에게 세습 토지와 특전을 내린 절대왕조였다. 신분과 당파까지 세습에 매달려 나라 발전이 어려웠다는 게 우리와 중국과의 큰 차이다. 문 정권의 영남패권은 반정(反正)공신들에게 공공기관을 나눠주고도 부족해 후손에게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보장하는 특수계급을 창설할 모양이다.
공산당 일당독재 소련에서도 권력 엘리트 노멘클라투라의 낙하산 인사는 극히 예외였다. 지위가 세습되지 않는 건 물론이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이 중 일부는 국유재산을 사유화해 국가포획형 올리가르히(신흥 재벌)가 됐다. 문 정권의 노멘클라투라는 운피아(운동권+마피아) 낙하산 인사를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공기관 같은 국유재산, 4차 산업혁명용 사모펀드 투자 재정까지 제 것처럼 주무르는 올리가르히 자질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여당 원내대표는 믿는 구석이 있는지 권력형 비리 게이트라는 근거가 있냐고 따졌다. 마침내 윤석열 검찰총장이 일어섰다. 청와대는 수사 협조를 지시했다. 우리나라가 이대로 망할 리 없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