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허민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44)도 ‘보스’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지난주 키움은 손혁 감독의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명목상 자진 사퇴였지만 사실상 경질이었다. 허 의장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장정석 감독과도 재계약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데려온 손 감독을 1년도 되지 않아 내쳤다. 사퇴 당시 키움은 3위였다. 우승을 노리는 허 의장으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었을 수 있다.
스타인브레너와 허민, 두 사람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부분은 ‘사심’이다.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의 열성과 집착은 오직 팀 승리를 위해서였다.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좋은 선수가 나오면 무지막지한 돈을 써서라도 데려왔다. 베팅에서 번번이 밀린 다른 팀들은 양키스를 ‘악의 제국’이라 불렀다. 그의 오너십 아래에서 양키스는 7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이전에 이미 20번이나 우승했기에 과거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의 통치 아래에서 양키스는 메이저리그는 물론 전 세계 스포츠를 대표하는 구단이 됐다. 감독과 프런트는 그를 싫어했지만 팬들은 그를 좋아했다.
하지만 팀을 좌지우지할 위치에 오른 뒤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2월 미국 스프링캠프 때 그는 투수로 등판해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2이닝을 던졌다. 작년 6월에는 퇴근하던 2군 선수들을 붙잡고 자신과 ‘야구 놀이’를 주문했다. 구단 사유화, 심하게 말하면 ‘갑질’이라 할 수 있다. 시즌 중에도 현장에 끊임없이 간섭하면서 손 감독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몇 해 전만 해도 그는 ‘진짜 구단주’였다. 온라인 게임을 통해 큰돈을 번 뒤 한국 최초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를 창단했다. 프로에 입단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새 기회를 주기 위해 3년간 100억 원 넘는 돈을 썼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꿈을 주기는커녕 실망을 안기는 존재가 됐다. 키움이 우승한들 팬들에게 박수 받을 수 있을까. 어쩌면 그에게는 본업인 게임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게임 속에서라면 선수 기용이든 감독 교체든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있을 테니.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