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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호크 4호기도 지난달 국내 도착

입력 | 2020-10-15 03:00:00

1조 투입 사업… 도입 절차 마무리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4월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공군기지 격납고에 있는 글로벌호크(RQ-4)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는 “철통같은 미한(한미)동맹에 매우 좋은 날”이라는 소감도 덧붙였다. 당시 우리 군은 글로벌호크 인도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북한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트위터 캡처

우리 군이 미국의 최첨단 고고도무인정찰기(HUVA) 글로벌호크(RQ-4) 4호기를 지난달 비공개로 인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호크 4대의 인도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군은 4대의 글로벌호크 중 한 대도 도입 장면을 공개하지 않은 셈이 됐다. 북한 전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글로벌호크의 도입에 북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과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호크 4호기가 국내 한 지방 공군기지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1호기는 지난해 12월 도입됐다. 군은 1호기 도입 당시 관련 사실을 밝히지 않다가 언론에 글로벌호크 착륙 장면이 포착된 뒤에야 도입을 인정했다. 2, 3호기 도입 당시에도 군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4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트위터에 글로벌호크 사진을 올리면서 도입 사실이 알려졌다. 총 사업비 1조1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글로벌호크 도입 사업의 마지막 4호기 역시 21대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확인된 셈이다. 국내에 도입된 글로벌호크 4대는 한 지방 공군기지에 모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이런 태도는 북한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5월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등 대남 선전매체를 통해 우리 군의 글로벌호크 도입 사업에 대해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행위이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북남관계의 파국을 촉진시키는 위험한 군사적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또 “북침전쟁의 도화선”, “위험천만한 흉심”, “시대착오적인 대결망상” 등의 과격한 표현을 쓰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판문점 선언 2주년인 올 4월에도 북한은 “첨단 무장장비들을 계속 끌어들이는 목적은 유사시 (북한을) 선제타격하자는 데 있다”며 “외세와 함께 동족을 향한 침략전쟁 책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겠다고 공언한 대결 선언”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글로벌호크 도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글로벌호크의 대북 정찰 능력 때문이다. 글로벌호크는 작전 반경이 3000km에 달해 북한 전역을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 32시간 이상 비행하며 20km 고도에서도 지상의 30cm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초대형방사포 등 군사적 움직임을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실시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현재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은 미국의 군사감시위성에 주로 의존하고 있지만 글로벌호크가 실전 투입되면 우리 군의 단독 정보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호크를 시험 운용 중인 군은 곧 실제 작전에 투입할 예정이다.

다만 향후 글로벌호크 실전 운용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방사청 등에 따르면 국내에 도입된 글로벌호크에 장착된 피아식별장비(IFF)는 성능 개선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는 IFF는 글로벌호크의 핵심 시스템인데, 미국은 4세대(MODE-4) 시스템을 종료하고, 5세대(MODE-5)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 도입된 글로벌호크도 5세대 시스템을 장착해야 한다. 방사청 관계자는 “미국에서 개발이 완료되면 순차적으로 우리 군도 5세대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