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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수혁 두둔에… 외교가 “여당까지 나서는 건 국익 도움 안돼”

입력 | 2020-10-15 03:00:00

여당 인사들 일제히 옹호 발언
김태년 “국익중요 발언 왜 논란되나” 송영길 “동맹 강조, 美 퍼스트 안돼”
방위비 인상-남북교류협력 반대 등 美에 그동안 쌓였던 불만 표출 분석
“美 일과성으로 여기지 않을것” 지적, 野 “한미동맹 포기하겠단건가” 맹공




“한미 동맹을 성역처럼 신성시하는 태도는 지나치다.”(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도대체 이수혁 주미 대사의 발언이 무엇이 문제냐.”(민주당 송영길 의원)

돌연 한미 간 외교 이슈로 떠오른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의 한미 동맹 관련 발언에 대해 집권여당 핵심 인사들이 14일부터 일제히 엄호에 나섰다. 그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방위비 분담금, 남북 교류 협력 등을 놓고 누적된 미국을 향한 불편한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앞으로 70년간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다”는 이 대사의 발언 역시 우발적 발언이 아니라 현 집권 세력의 속내가 드러난 발언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 김태년 “국익 중요 발언이 왜 논란이냐”


174석 거여(巨與)의 원내 사령탑인 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사의 발언은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외교에 있어 국익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동맹에서 국익이 중요하다는 발언이 왜 논란 대상인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과 관련해서도 “앞으로도 공유 가치와 이익 실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동맹을 성역처럼 신성시하는 태도는 지나치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한미 간의 이익이 모두 일치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송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퍼스트(first)’라는 관점에서 발언을 하면 금방이라도 한미 동맹이 깨질 것처럼 난리가 난다”며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것이 ‘아메리카 퍼스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한미관계 전문가들 “국익에 치명적 행위”

이 대사 발언을 계기로 터져 나온 여권 인사들의 이 같은 인식은 사실 문재인 정부 3년여 동안 쌓인 워싱턴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송 의원은 “한미 간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며 “트럼프 정부의 터무니없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와 앞으로 예상되는 쿼드 참여 요청,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 가능성 여부 등 여러 현안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한미 간 이견이 극심했고, 올해 협상 역시 아직까지 타결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종전선언에는 백악관이 거의 호응을 보이지 않고, 정부의 독자적인 남북 간 교류 협력에 대해서는 국무부가 ‘비핵화와 함께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이 공개적으로 불만 표출에 나서면서 외교 당국에는 한미 간 협상에서 오히려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외교부가 10월 중순 개최를 공언했던 한미 국장급 협의체인 ‘동맹대화’ 성사가 불투명한 것이 삐걱대는 한미 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워싱턴 조야와 외교가에선 이런 식으로 흘러가다간 이 대사가 자신의 미국 카운터파트인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도 쉽게 면담 일정을 잡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은 “미중 간 전략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주미 대사에 이어 집권당까지 나서 불이 번지는 양상”이라며 “미국이 (이 대사의 발언을) 일과성 발언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도 “워싱턴에 가면 ‘한국은 결국 중국에 가는 것 아니냐’는 깊은 불신이 있다. (여권에서 미국에 대항하는 듯한) 한목소리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치명적이다”라고 했다.

야당은 여권을 향해 “대북 짝사랑도 모자라 이제 한미 동맹까지 포기하겠다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중국이 우리 아이돌 (가수를) 공격할 때는 찍소리 못하더니 가만히 있는 미국에는 왜 시비를 거냐”며 “주미 대사와 민주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한미 동맹을 흠집 내는 건 문 대통령에게도 누가 되는 일”이라고 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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