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정부 주관 행사 개최 예정 정의선 회장 출범과 함께 현대글로비스 존재감↑ 올해 사업목적 추가한 현대글로비스 전기차 사업 참여 단순 공급 넘어 전기차 배터리 협력 고도화 전기차 가격 낮추면서 배터리 재사용·활용 연계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 LG화학 등 3개 업체는 오는 29일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전기차 배터리 리스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정확한 행사 장소와 일정, 참석 대상자 등 세부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현대차그룹과 LG화학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 핵심인 전기차 배터리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그동안 배터리 공급 중심으로 이뤄졌던 모빌리티와 배터리 기업 간 협력이 더욱 고도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그룹 지배구조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글로비스 지분 가치 극대화가 선결 조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중고차 시장 진출도 결과적으로 현대글로비스 수익 다각화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에 무게가 실린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중고차 경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 중고차 사업 연계가 용이하다. 여기에 이번 배터리 리스 사업에 참여해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로 여기는 전기차 관련 사업 비중도 높일 수 있게 됐다. 정의선 회장 체제 전환과 함께 현대글로비스의 그룹 내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전기차 및 관련 충전 인프라 운영 및 관제서비스업, 고압가스 저장 및 운반업, 위험물 저장 민 운반업 등을 추가했다”며 “그룹 차원에서 공 들이고 있는 전기차와 수소차 관련 사업에 대한 현대글로비스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을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대표
전기차 배터리 리스 사업은 현대차가 생산하는 자동차와 LG화학이 공급하는 배터리를 분리해 판매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배터리를 제외한 차를 구입하고 배터리는 정해진 기간에 따라 분할 납부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성능이 저하된 배터리는 반납하고 새로운 배터리를 리스 방식으로 교체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경매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배터리 리스 운영과 관리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할 전망이다. 배터리 리스 사업 추진을 위한 MOU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와 LG화학은 각각 차와 배터리를 공급하고 전반적인 사업 프로세스는 현대글로비스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내연기관 모델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전기차의 초기 구매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배터리 리스 방식 판매는 갈수록 줄어드는 정부의 전기차 구매보조금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차량용으로 사용되기 어려운 배터리를 ESS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배터리 재사용, 차량 배터리로부터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금속을 추출하는 배터리 재활용 등 부가가치와 친환경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 모색에도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향후 모빌리티와 배터리 업계의 협업 체계를 보다 다양화하고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정부 행사에서는 수소차 관련 전략도 공개될 예정이다. 정의선 회장이 발표자로 나서 수출 및 수소차 인프라 확충 관련 전략을 소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측은 전기차와 수소차 보조금을 발표하고 수소차 충전소 확충 관련 지원 계획 등을 공개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