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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형량조정 필요해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檢 송치

입력 | 2020-10-15 14:51:00


성범죄자 등에 대한 개인 신상을 공개하다 구속된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자가 검찰에 넘겨졌다.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5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명예훼손)과 개인정보 보호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30대 남성 A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 씨는 검찰 송치 전 디지털교도소 운영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성범죄라든가 진화형 범죄에 대한 형량 조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본인이) 그럴 자격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허위 사실이 몇 번 나오면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A 씨는 또 디지털교도소와 같이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텔레그램 ‘주홍글씨’에 대해 “저는 관계가 없다. 혼란을 줘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경 인스타그램 n번방(nbunbang) 계정을 개설한 A 씨는 텔레그램 n번방에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알렸다. 이후 성범죄자에 대한 관심 증가로 팔로워가 늘자 기사와 제보 등을 토대로 성범죄, 살인, 아동학대 사건 피의자의 신상 정보와 법원 선고 내용을 올리기 시작했다.

A 씨는 피해자들의 신고로 해당 인스타그램 계정이 삭제되자 새 계정을 개설했다가 타인이 글을 삭제할 수 없도록 디지털교도소를 운영했다.

텔레그램, 카카오톡, 이메일, 디지털교도소 제보게시판 등을 통해 제보를 받았으며 부족한 정보는 이미 확보한 개인정보를 토대로 소셜미디어(SNS) 검색 등을 통해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검거된 A 씨는 지난 6일 국내로 강제송환 됐다. 경찰은 디지털교도소 운영 등 혐의사실을 시인한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도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디지털교도소는 한 때 일부 누리꾼들에게 호응을 얻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닌 정보도 게시돼 비판을 받았다. 특히 신상공개에 억울함을 호소한 대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은 사건 송치 후에도 A 씨의 별건 범죄 사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A 씨에게 정보를 제공한 이들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수집 및 제공 경위 등을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디지털교도소 2기 운영자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교도소는 지난달 8일 폐쇄됐으나 3일 뒤 2기 운영자가 사이트 운영을 재개했다. 다만 A 씨가 송환된 후 사이트는 다시 닫혔고 2기 운영자는 현재 잠적했다. 경찰은 2기 운영자가 텔레그램 ‘주홍글씨’ 운영자 또는 관련자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