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1. 2013년 이후 8년 동안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7이닝 이상 던지면서 1점 이하로 상대 타선을 제일 많이 막은 투수는 누구일까요?
답1. 정답은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클레이턴 커쇼(32)입니다. 커쇼는 총 7경기에서 이런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 7경기 성적은 7승 무패 평균자책점 0.71입니다. 9이닝당 탈삼진은 10.9개.
문2. 그렇다면 같은 기간 MLB 포스트시즌에서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 3자책점 이하)를 가장 많이 기록한 투수는 누구일까요?
LA 다저스 투수 클레이컨 커쇼. 다저스 트위터 캡처
다저스는 2013년 이후 올해까지 8년 동안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저스는 이 기간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습니다. 커쇼는 이 8년 동안 선발 등판 25번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29번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잘 던졌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는 독자가 많으실 겁니다. 커쇼는 ‘가을 야구’ 때 못 던지는 투수 대명사거든요. 당장 지난해만 해도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최종 5차전 때 팀이 3-1로 앞선 7회초에 구원 등판해 딱 공 3개로 홈런 두 방을 얻어맞고 동점을 허용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습니다. 심지어 정규리그 때는 극강 모드인 커쇼가 가을에 무너지는 걸 표현하는 ‘커쇼잉’(Kershawing)이라는 표현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동점을 허용한 뒤 괴로워하고 있는 커쇼.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그런데 실제로 커쇼는 가을에 잘 던지기도 했던 투수입니다. 올해도 포스트시즌 두 경기에 나와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 중입니다. 하지만 커쇼가 허리 통증으로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NLCS) 2차전 선발 등판을 거르자 곧바로 ‘가을 징크스’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커쇼가 가을에 잘 못 던지는 걸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네, 커쇼는 가을에 못 던지기도 했습니다. 커쇼는 이 기간 총 7번 상대 팀에 5점 이상을 허용했는데 이 역시 이 기간 리그 최다 기록입니다. 이렇게 잘 던진 적도 많고 못 던진 적도 많다는 건 그냥 커쇼가 가을에 정말 많이 던졌다는 뜻입니다. 커쇼는 이 8년 동안 포스트시즌에서 총 157이닝을 소화했는데 이 역시 물론 이 기간 최다 기록입니다.
신인 시절 김정수. 동아일보DB
물론 반대 케이스도 있습니다. 프로야구 올드팬에게 ‘가을 야구에 유독 강했던 투수를 꼽아달라’고 주문하면 십중팔구는 김정수(58·당시 해태)라는 이름을 떠올리실 겁니다. 김정수는 포스트시즌에 유독 강해 ‘가을 까치’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김정수가 가을 야구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처음 심어준 건 1986년 한국시리즈 1차전이었습니다. 당시 해태 선발은 선동열(57)이었는데 9이닝 3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김정수에게 넘겼습니다. 김정수는 이후 2이닝을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고, 이해 한국시리즈에서 3승을 거두면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습니다. 이후에도 김정수는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 7개를 차지한 뒤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그래서 올드팬 중에는 “한국시리즈에서는 선동열보다 김정수가 뛰어났다”고 평가하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정말 그랬을까요? 선동열의 한국시리즈 평균자책점은 1.74로 김정수(2.44)보다 0.7 낮았습니다. 또 김정수는 포스트시즌에서 볼넷(62개)을 가장 많이 내준 투수지만 선동열은 유일하게 삼진을 100개 이상(103개) 잡은 투수이기도 합니다. 요컨대 ‘김정수 vs 선동열’도 관점이 대상에 선행했던 겁니다.
15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몸을 풀고 있는 커쇼. 알링턴=AP 뉴시스
커쇼는 16일 열리는 NLCS 4차전 선발로 나섭니다. 장담컨대 그가 잘 던지면 ‘이번에는 달랐다’는 기사가, 그가 못 던지면 ‘역시나 또’라는 기사가 나올 겁니다. 우리 머릿속에 커쇼는 가을에 못 던지는 투수여야 하니까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