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CJ그룹과 포괄적인 사업 제휴에 나서면서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수년간 대규모 적자를 내며 출혈 경쟁을 이어온 이커머스 업체들의 긴장감은 최고 수준이다. 네이버의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됐던 물류가 보강되면서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업계 재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물류 뿐 아니라 콘텐츠 관련 사업도 제휴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여겨졌던 라이브 커머스(온라인 실시간 방송 기반 커머스) 서비스에서도 네이버가 독주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네이버는 이미 지난해 거래액 기준 업계 강자인 쿠팡을 앞섰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결제가 발생한 온라인 서비스(콘텐츠포함)는 네이버(20조9249억 원)로 추정됐다. 그 뒤를 쿠팡(17조771억 원), 이베이코리아(16조9772억 원) 등이었다.
다만 자체 물류·배송망을 갖추고 있지 않아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배송 문제는 개별 소상공인들이 CJ대한통운, 한진택배, 우체국택배 등 각자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활용하며 부담해왔다. 이에 따른 비용 증가 및 교환, 환불 등에 있어서 소비자 불만 누적은 고스란히 네이버에게 위험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마지막 고객 접점 영역에서 안정적인 시스템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타개책이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물류 역량 강화 뿐 아니라 동영상 콘텐츠 사업 제휴의 결과도 관심사다. 유통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여겨지는 이른바 ‘라방(라이브 커머스 서비스)’의 핵심은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 능력이기 때문이다. CJ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의 콘텐츠 제작 능력이 네이버 플랫폼과 만나 발생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물류 기능 확보보다 두려운 것이 ‘네이버표 라방’이다”고 전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날개’를 단 네이버가 오프라인 유통의 강점으로 꼽히던 신선 식품, 명품 등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네이버가 쇼핑 영역을 어디까지 넓힐지 예상할 수 없다”며 “이제 막 온라인 강화에 나선 오프라인 유통업체에겐 큰 위기가 닥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