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NK News 팟캐스트 호스트
우리 사무실에는 직원 13명이 있는데 내가 알기로는 그중에 아무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다. 그런데 설문조사에 ‘회사 또는 동료가 아는 것이 부담된다’는 응답자가 68.3%라니 아무래도 내게 거짓말을 한 ‘비밀 유튜버’가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은 바야흐로 유튜브 세상이다. 누구나 인터넷 방송으로 개인 토크쇼를 하거나 귀여운 반려동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게이머처럼 라이브 스트리밍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적인 유튜브도 많다.
지인 중 직접 유튜브를 하는 외국인도 있다. 처음에는 외국에 있는 부모와 가족들을 위해 예쁜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생활을 촬영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유튜브 외에도 TV 방송 출연 활동이 늘어나더니 이제 본인 홍보 차원으로 한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사람들 중 5.3%가 이 같은 목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고 했다.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것이 늘 재미 있는 것만은 아니지 싶다. 비용도 발생하고 사회적 위험성도 있다. 설문 응답자들은 평균 150만 원을 쓴다고 했다. 74만 원을 콘텐츠 준비 비용에, 56만 원을 방송장비 구입에, 그리고 31만 원을 편집자 또는 출연자에게 준다고 한다. 취미 치고는 만만치 않은 돈을 쓰는 셈이다.
최근 인기 외국인 유튜버 한 명이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부부 모두 유튜버인데 논란 이후 충분한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하고 당분간 영상을 올리는 일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친분이 없는데도 그 유튜버 부부가 안쓰럽게 여겨졌다. 잘못은 인정했지만 유튜버이기 때문에 누리꾼들의 분노에 직면해야 한다. 사과문이 올라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댓글이 4000개 넘게 올라 있었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유튜버들을 따뜻하게 대할 수도 있지만 무언가 잘못하게 되면 나무라고 맹비난할 때도 있다. 유튜브 세상에는 무시당하거나, 사랑받거나, 분노의 대상이 되는 단 세 가지 설정만 존재한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내가 유튜브를 한다면 어떤 주제로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는데 저 녀석이 나보다 더 잘생겨서 내가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 받을까 봐 아무래도 안 되겠다.
그래서 여전히 남의 유튜브 채널을 가끔 재미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마 언젠가 나도 비용이나 사회적 평판의 위험성을 안고 동영상 만들기에 뛰어들지도 모른다. 그날이 오면 그때도 여전히 유튜브가 존재하고 있을까?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NK News 팟캐스트 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