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이상기류] 에스퍼, SCM서 “韓기여 커져야”… 외교-경제이어 요구범위 넓혀
미국의 반중(反中) 전선에 동참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요구가 외교, 경제를 넘어 군사안보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 국방부가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등 ‘미국 편에 서라’는 압박이 고조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4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모두발언에서 “한미 양국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는 데 함께 헌신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이 역내 안보협력 이니셔티브, 해적 소탕, 안정화 및 재건 노력, 인도주의적 지원, 재난 구조 등의 활동을 통해 인도태평양의 안보에 전념하는 것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언급하며 “미국은 이를 통한 한국의 기여가 커지는 것을 환영한다”고도 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최대 위협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이를 위한 역내 다자협력체 구축의 필요성도 꾸준히 밝혀 왔다. 그는 지난달 역내 협력의 다자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모델을 언급했다.
또 에스퍼 장관은 서욱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역내 안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한미일 삼각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후 발표한 SCM 공동성명에도 ‘양 장관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 증진을 위해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미국 경제, 기술 분야에서도 한국이 반중 진영에 가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은 13일 제5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 화웨이 등 중국의 정보기술(IT) 업체 퇴출을 목표로 하는 ‘클린 네트워크’ 구상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금까지 간접적 혹은 우회적으로 뜻을 전달해 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공식회담에서 정식으로 이 문제를 꺼내며 압박 수위를 보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