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만에 빌보드 싱글차트에 재진입한 ‘플리트우드맥’의 ‘Dreams’가 담긴 앨범 ‘Rumours’.
임희윤 기자
#336 Fleetwood Mac ‘Dreams’(1977년)
20초 만에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삶의 관성을 전환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라면 20년도 결코 길지 않다.
미국 아이다호에 사는 감자 보관창고 관리인 네이선 어포다커 씨는 최근 20초 만에 삶을 바꿨다. 그날, 어포다커 씨는 여느 때처럼 51만 km나 운행한 낡은 트럭을 타고 출근길에 올랐다. 트럭이 일을 냈다. 일터를 3km 남기고 퍼진 것. 잠시 고민한 어포다커 씨는 싣고 다니던 스케이트보드를 꺼내 타고 직장으로 향했다. 음악을 들으며 바람 맞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휴대전화 동영상 앱 ‘틱톡’을 켜고 20초간 셀프 동영상을 찍었다. ‘업로드’ 버튼을 누른 뒤 전화기를 주머니에 찔러 넣고 대수롭지 않은 출근길 일을 잊었다.
영상의 내용은 생각보다 싱겁다. 짧은 머리에 콧수염을 기른 터프한 인상의 ‘아재’가 자기 얼굴만 한 크랜베리 주스통을 들이켜다 미국 밴드 ‘플리트우드 맥’의 ‘Dreams’를 한 소절 따라 부르는 장면에서 영상은 뚝, 끊긴다.
그러나 필부의 출근길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조회수는 5000만 회에 육박했고 일반인과 연예인의 패러디가 이어졌다. 맥의 멤버 믹 플리트우드도 화답 영상을 올렸다. 붐에 힘입어 1977년에 발표된 ‘Dreams’는 무려 43년 만에 빌보드 싱글차트에 재진입했다. 17일자 ‘핫100’ 21위. 광속 역주행이다.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크랜베리 주스의 판매량도 급증했다. 주스 회사가 어포다커 씨에게 크랜베리 주스와 비슷한 빨간색의 새 트럭을 선물했다. 트럭에는 크랜베리 주스를 가득 실어서.
‘Dreams’는 보컬 스티비 닉스가 밴드 동료인 린지 버킹엄과 이별하는 심정을 다룬 곡이다. 4분 14초 내내 Fmaj7과 G6, 단 두 코드만 반복한다. 노래가 언제 시작했는지 언제 끝났는지 모를 정도로 뭔가 붕 떠 있는 듯한 무드는 거기서 나온다.
망가진 출근길에서 여유를 잃지 않은 어포다커 씨의 20초가 세상을 흔들고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