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마이클 본드 지음·홍경탁 옮김/372쪽·1만6800원·어크로스
남녀의 능력이 다른지 논쟁이 벌어지면 언제나 등장하는 질문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이 질문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객관적이고, 차분하게 여태까지 진행된 연구를 소개한 책을 읽는다면 우리의 논쟁은 좀 더 생산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뉴욕타임스 네이처 같은 유수 언론 기고로 유명한 저자는 ‘뇌과학’이라는 키워드로 이 논쟁을 풀어나간다. 책은 기본적으로 뇌과학을 기반으로 하되 구불구불한 뇌의 틈새 너머 지구의 역사와 사회 현상까지 곳곳을 탐험한다. 각종 사건과 논쟁을 예로 들어가며 인류의 길 찾기 본능을 쉽고 효과적으로 설명해 나간다. 무엇보다도 객관적 시선이 눈에 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소개한다.
길을 찾는 과정에서 뇌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왜 우리는 길을 잃어버리는지, 길을 잃어버린 사람은 어떤 공포에 빠지는지 등의 논쟁도 풀어나간다. 이어 인류가 GPS를 껐을 때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진다. 호모사피엔스는 가졌으나 현재의 인류는 잃어버린 것을 묻는다. 저자는 지도에서의 길 찾기의 과정을 인생의 길 찾기라는 존재론적 논쟁으로 확장해 나간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어느 곳에 속할까? 나는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하면 거기에 갈 수 있을까? 이러한 것들은 존재와 생존에 관한 원초적 질문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