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페의 음악/장자크 상페 지음·양영란 옮김/232쪽·2만2000원·미메시스
음악가들의 연주 모습을 관찰하며 수천 장의 데생을 남긴 세계적 삽화가이자 프랑스 데생의 1인자 장자크 상페의 고백은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소년 시절부터 재즈 악단의 연주자를 꿈꾸면서 음악가들을 한 장씩 그려낸 그의 그림은 여느 선율, 노래 못지않은 울림을 전한다.
삽화가 상페의 그림과 인생, 심경을 담은 에세이집이 나왔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마르크 르카르팡티에가 그와 음악에 대해 나눈 이야기, 따뜻한 삽화, 미발표 데생 작품까지 한데 묶었다. 담담한 채색, 내면의 고독함을 표현한 그림체, 유머러스한 드로잉이 눈길을 끈다. 상페의 가정환경 때문에 계속 그림을 그려야만 했던 안타까움, 드뷔시와 듀크 엘링턴에 대한 존경심, 프랭크 시나트라의 목소리를 듣고 푹 빠져버렸던 일화도 읽는 재미가 있다.
“내 삶을 구원해 준 건 음악입니다. 음악이 아니었다면 나는 미쳐 버렸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말입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