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방범, 서빙, 청소… 로봇 영역 확대
日기업들 로봇-AI 통해 새 돌파구 모색
고급인력난에 스타트업 인수 경쟁 격화
로봇은 일자리 잠식하면서 창출하기도
로봇과 사는 세상 준비해야 도약할 것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에서 처음 로봇이라는 단어를 접했다. 1970년대 초, 초등학교 1학년 혹은 2학년 때였을 것이다. 원작인 ‘철완 아톰’이 일본의 한 잡지에 연재를 시작한 것은 1952년, 원작 만화에서 아톰이 탄생한 것은 2003년의 일이다. 그러니까 원작자인 데즈카 오사무는 반세기 후의 일을 상상하고 인간과 함께 사는 로봇의 이야기를 창조한 셈이다.
2003년에서 다시 17년이 흘렀지만, 인류는 아직 아톰처럼 영리한 로봇은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점점 많은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있고, 로봇의 인공지능 역시 진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은 인간의 노동력을 거의 완전히 대체할 것이다. 스마트 공장이라고 불리는 산업 현장에서만이 아니다. 자율주행 모빌리티쇼에서 예고하듯 이제 로봇은 배송 방범 서빙 청소 등을 대신할 수 있다. 그리고 로봇은 그들의 영역을 육아와 교육 등으로도 확장해 갈 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개발은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의 중핵을 이룬다. 소니는 2020년 CES에서 자체 개발한 전기차를 선보였다. 완성차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소니의 기술력이 미래의 자동차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도요타는 스마트시티 건설에 착수했다. 부지를 마련했고 청사진을 발표했으며 곧 공사가 시작된다. 자율주행차를 넘어 도시의 모든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상상 속의 공간을 현실에서 구현하겠다는 야심이다. 완성차 메이커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로봇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새로운 과제에도 직면해 있다. 현재 일본 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로봇이나 인공지능 개발에 필요한 고급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망한 스타트업을 매수하려는 대기업들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전통을 깨고 신입사원 초임에 차별을 두려는 움직임도 있다.
일본의 예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한편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인은 로봇에게 뺏길 직업은 포기하고 로봇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로 자신을 준비시켜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육 정책이나 청년 실업 대책을 설계할 때 미래 첨단산업에 필요한 인력의 육성이라는 과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기업과 대학, 그리고 정부 간의 대화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기업에 의한 기술 탈취, 일감 몰아주기 등의 불공정 거래 관행으로 벤처기업의 의욕이 꺾이는 일이 없도록 시장 환경을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십수 년간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관련한 기술 개발에서 주목할 만한 많은 성과가 벤처기업에서 나왔다.
로봇과 함께 사는 세상이 오고 있다. 준비만 제대로 한다면 한국 경제가 새롭게 도약할 기회가 될 것이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