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금통위 이어 국감서도 강조 與 “정부정책에 훈수 두나” 발끈 野 “정치 중립적 목소리 감사”
“본연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면서 정부 정책에 훈수를 두겠다는 것인가. ‘너나 잘하세요’라는 유명한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선 이주열 한은 총재가 최근 ‘엄격한 재정준칙’ 필요성을 강조한 데 대해 여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정준칙과 관련된 발언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불확실한 시대에 굳이 재정준칙이 지금 필요하다고 말하는 게 적절한가”라고 했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원론적인 이야기일지라도 국민들에게 미치는 파장을 잘 헤아려 발언해 줄 것을 유념해 달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연금, 의료비 등 의무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국제통화기금(IMF)이 효과적인 재정준칙의 기준으로 제시한 단순성, 강제성, 유연성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은 총재가 정부의 영역인 재정 운용 원칙에 대한 의견을 표명한 건 이례적이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도 의회에 경기부양책 통과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일부 야당 의원은 이 총재를 감쌌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많이 곤혹스러우시죠?”라고 물으며 “한은 총재로서 정치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목소리를 앞으로 강하게 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