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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이번엔 검찰-야당 겨눈 폭로전… 구체적 근거는 제시안해

입력 | 2020-10-17 03:00:00

[라임 로비 의혹]‘검사에 수사무마 로비’ 입장문 논란




1조6000억 원대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진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올해 4월 경기 수원시에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는 모습(왼쪽 사진). 본보가 김 전 회장 측으로부터 입수한 A4 용지 5장 분량의 자필 입장문에는 김 전 회장이 “검사 3명에게 1000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고 접대 받은 검사 중 1명이 얼마 후 라임수사팀에 합류했다”는 주장이 담겨있다. 동아일보DB·김봉현 전 회장 변호인 제공

“검사 3명 술 접대 1000만 원 상당. 검사 1명 얼마 후 라임 수사팀 합류.”

라임자산운용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이 구치소에서 작성한 ‘사건 개요 정리’라는 제목의 자필 입장문에는 김 전 회장이 현직 검사를 상대로 접대를 했다는 주장이 상세히 적혀 있다. 김 전 회장은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 등을 통해 현직 검사들에게 수사 무마 로비를 했고, 검찰에서 이 같은 진술을 했지만 ‘검사 접대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올 9월경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 문건을 한 달쯤 뒤에 공개한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 수 있다. 김 전 회장 측이 자신이 직접 본 것 외에 전언을 적으면서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도 진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술 접대 했던 검사가 라임 수사 책임자”

본보가 16일 확보한 김 전 회장의 자필 문건을 보면 “지난해 7월 부부장검사 출신인 A 변호사와 함께 현직 검사 3명을 상대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룸살롱에서 1000만 원어치의 술을 접대했다”는 대목이 있다. 김 전 회장은 “회식 참석 당시 ‘혹 추후 라임 수사팀 만들 경우 합류할 검사들’이라고 했는데 실제 한 명은 수사팀 책임자로 참여했다”고 적었다.

김 전 회장이 검사들을 접대했다고 주장한 지난해 7월에는 라임의 펀드 사기 의혹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관련 의혹을 고발한 이후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9월 수사에 나섰다.

김 전 회장은 “(올 4월 경찰에 체포돼 구속된 뒤) A 변호사가 수원구치소에 면회 와서 서울남부지검 가면 아는 얼굴 봐도 못 본 척하라고 했는데 당시 술 접대 자리에 있던 검사가 서울남부지검 수사 책임자였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 관련 사건 무마를 위해 전직 검찰 수사관을 동원해 금품 로비를 벌였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문건에 “라임 미공개 사건 관련 수사관 접대(청담동 소재 룸살롱) 2회. 2019년 9월 추석 떡값 지급-8천 지급(라임 사건 관련 전직 1, 현직 3). 2019년 10월 2억 지급(라임 미공개 사건 관련 무마용). 2019년 12월 수원 사건 관련 5천 지급(지검장 로비 명목)-경찰 영장청구 무마용”이라고 적었다.

김 전 회장은 A 변호사 등에게 선물 공세를 했다는 취지로 “에르메스 국내 최고 VVIP 첫날 처음 초대권 지급 후 와이프가 사건 담당 부장 부인들과 동행 후 선물 로비” “라임 사건 선임 후 에르메스 3000만 원 상당 가방과 천만 원 상당 와인 수령 등”이라고 적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에 대한 금감원 조사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전직 청와대 행정관 김모 씨를 언급하면서 “검사나 수사관들은 더한 접대와 청탁을 받고도 자기들 사건은 덮어버렸다”고 주장했다.


○ “꼭 강기정 수석 정도는 잡으라고 해”

김 전 회장은 자필 문건에서 검찰 수사의 칼날이 여당 인사들을 집중 겨냥했다는 주장을 펴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김 전 회장은 “A 변호사로부터 ‘남부지검 라임 사건 책임자와 얘기 끝났다’ ‘여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강기정 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 보고 후 조사 끝나고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주겠다’는 등의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A 변호사가) 너가 살려면 기동민도 좋지만 꼭 청와대 강기정 수석 정도는 잡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전직 야당 의원을 통해 금융권 관계자에게 로비를 했다고 진술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썼다. 김 전 회장은 “검사장 출신 야당 정치인 변호사 수억 지급 후 실제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 등 로비 이뤄졌고 면담 당시 이를 얘기했는데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야당 정치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