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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 후 무사 귀환’ 박진성 시인 “부끄럽고 죄송…조용히 살겠다”

입력 | 2020-10-17 13:43:00

박진성 시인. 사진=페이스북 캡처.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고 잠적했다가 하루 만에 무사히 돌아온 박진성 시인(42)은 17일 “부끄럽다. 조용에 조용을 더해서 겸손하게 살겠다”며 “죄송하다. 그리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박 씨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조용에 조용을 더해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살아 있다는 것, 살아서 물 마시고 숨 쉬고 다시 허기를 느끼고 밥 챙겨 먹고 무언가를 욕망한다는 것, 나도 모르는 사이 발톱이 자라고 손톱과 머리카락이 자라고 말을 한다는 자체가 징그럽고 지겨웠다”고 전했다.

이어 “반포와 강 건너 용산 언저리를 떠돌았다. 다리에도 올라가 보고 종로 어디 건물에도 올라가 봤다”면서 “숨이 목까지 차올랐을 때 드는 생각 하나는 이런 거였다. 누군가는 또 흉물을 치워야 하겠구나, 그게 평생의 상처로 남겠구나. 생각을 되돌리고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한강변을 오래 걸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씨는 2016년 10월 여성 습작생 성폭력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지난 14일 오후 11시 40분경 페이스북에 “매년 10월만 되면 정수리부터 장기를 관통해서 발바닥까지 온갖 통증이 저의 신체를 핥는 느낌, 정말 지겹고 고통스럽다. 아무에게도 해가 끼치지 않게 조용히 삶을 마감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잠적했다. 다음 날인 15일 오후 8시 50분경 서울 용산경찰서 관할 한강로지구대를 방문해 생존을 알렸다.

박 씨는 글에서 JTBC ‘뉴스룸’ 앵커를 맡았던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JTBC는 과거 박 씨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한 여성을 인터뷰해 방송에 내보냈고, 박 씨는 허위보도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했다.

박 씨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게 되었을 때 단 하나의 질문이 오롯이 남았다. 대부분의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지금 손석희 전 앵커는 어떤 기분일까. 어떤 마음으로 물을 마시고 숨을 쉴까. 뉴스에는 ‘아니면 말고’가 있지만 ‘아니면 말고의 삶’은 어디에도 없을 텐데 그걸 잘 알 텐데. 그 질문 하나를 강물에 던지면서 오래 걸었다”고 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