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성 시인. 사진=페이스북 캡처.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고 잠적했다가 하루 만에 무사히 돌아온 박진성 시인(42)은 17일 “부끄럽다. 조용에 조용을 더해서 겸손하게 살겠다”며 “죄송하다. 그리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박 씨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조용에 조용을 더해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살아 있다는 것, 살아서 물 마시고 숨 쉬고 다시 허기를 느끼고 밥 챙겨 먹고 무언가를 욕망한다는 것, 나도 모르는 사이 발톱이 자라고 손톱과 머리카락이 자라고 말을 한다는 자체가 징그럽고 지겨웠다”고 전했다.
이어 “반포와 강 건너 용산 언저리를 떠돌았다. 다리에도 올라가 보고 종로 어디 건물에도 올라가 봤다”면서 “숨이 목까지 차올랐을 때 드는 생각 하나는 이런 거였다. 누군가는 또 흉물을 치워야 하겠구나, 그게 평생의 상처로 남겠구나. 생각을 되돌리고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한강변을 오래 걸었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글에서 JTBC ‘뉴스룸’ 앵커를 맡았던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JTBC는 과거 박 씨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한 여성을 인터뷰해 방송에 내보냈고, 박 씨는 허위보도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했다.
박 씨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게 되었을 때 단 하나의 질문이 오롯이 남았다. 대부분의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지금 손석희 전 앵커는 어떤 기분일까. 어떤 마음으로 물을 마시고 숨을 쉴까. 뉴스에는 ‘아니면 말고’가 있지만 ‘아니면 말고의 삶’은 어디에도 없을 텐데 그걸 잘 알 텐데. 그 질문 하나를 강물에 던지면서 오래 걸었다”고 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