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하며 아베 정권의 기조를 답습했다.
강제 징용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으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가 난항인 상황에서 스가 총리가 공물 봉납으로 우익 행보를 이어가면서 회의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일본 공영 NHK은 스가 총리가 A급 전범 14명의 혼령을 함께 제사 지내는 야스쿠니신사의 가을 큰 제사(추계예대제)에 공물을 봉납했다고 보도했다.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관방장관으로 취임한 2012년 12월 이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고 공물도 보내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지난 2011년 8월에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바 있다.
총리 취임 후 처음 맞는 야스쿠니신사 가을 큰 제사에 공물을 봉납한 것은 직접 참배에 따른 외교적 부담을 덜면서 사실상의 참배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직접 참배할 경우 총리 취임 초기부터 한국·중국과 외교 마찰을 빚을 수 있는데, 공물 봉납으로 이를 피했다. 그러면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요구하는 일본내 우익 세력에는 어느 정도 성의를 표시하는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스가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부터 ‘아베 내각의 온전한 계승’을 일성으로 내세웠다. 이번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 역시 이를 재확인한 의미가 있다.
아베는 퇴임 후 사흘 뒤인 지난달 19일에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바 있다.
스가 총리의 이번 야스쿠니 공물봉납으로 외교가에서는 한일관계 개선 분기점으로 기대를 받아왔던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끝내 무산 수순을 향해 가고 있다는 관측이 확대된다.
그간 외교가에서는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가 대면 회의로 진행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첫 양자회담이 성사돼 한일 관계 개선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제기돼왔다.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는 우리 나라가 의장국이어서 대면 회의로 될 경우, 스가 총리의 첫 방한이 이뤄지게 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