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행방이 모연했다 하루 만에 경찰 치안센터를 찾았던 시인 박진성이 1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글을 올려 “부끄럽다. 조용에 조용을 더해서 겸손하게 살겠다”고 밝혔다.
박 시인은 글을 통해 자신이 잠적했던 당시 무엇을 했는지 설명했다. 그는 “반포와 강 건너 용산 언저리를 떠돌았다. 다리에도 올라가 보고 종로 어디 건물에도 올라가 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숨이 목까지 차 올랐을 때 든느 생각 하는 이런 거였다. 누군가는 또 흉물을 치워야 하겠구나, 그게 평생의 상처로 남겠구나. 생각을 되돌리고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한강 변을 오래 걸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부분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손석희 전 앵커는 지금쯤 어떤 기분일까. 어떤 마음으로 물을 마시고 숨을 쉴까. 단지 의혹만으로 자신이, 삶 자체를 망가뜨린 사람들에겐 어떤 마음일까, 자신이 주동해서 쫓아 내놓고 너는 왜 쫓겨났냐고 다시 조롱받는 어떤 삶들을 볼 때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뉴스에는 ‘아니면 말고’가 있지만 ‘아니면 말고의 삶’은 어디에도 없을 텐데 그걸 잘 알 텐데. 그 질문 하나를 강물에 던지면서 오래 걸었다”고 한탄했다.
앞서 박 시인은 2016년 여성 습작생 성폭력 의혹을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의혹 제기 과정에서 받은 비난 등에 대한 고통을 평소 지인들에게 토로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런 의혹을 확인 없이 보도한 언론사들에도 정정 보도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승소했다. JTBC 해당 인터뷰와 관련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배상금을 받았다.
그는 지난 14일 오후 “성폭력 의혹에 휘말렸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잃는 사태가 나에게서 끝났으면 좋겠다”면서 “내가 점 찍어 둔 방식으로 아무에게도 해가 끼치지 않게 조용히 삶을 마감하겠다”는 글을 SNS에 올리고 휴대전화를 끈 채 잠적해 경찰이 수색에 나선 바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