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국가’도 부러워하는 한국 제조업 한국은 규제의 벽에 가두려고만 해서야
하임숙 산업1부장
이원재 요즈마그룹 아시아 총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이 회사는 이스라엘에 기반한 글로벌 기술투자 펀드로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웨이즈’를 2013년 구글에 팔았다. 이스라엘의 기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게 우선인 펀드라 실은 김기사를 알았어도 웨이즈가 대상이 됐겠지만 이 대표가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는 한국 기술 스타트업의 우수성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2013년만 해도 김기사는 사용자환경(UI)이나 3차원(3D) 지도를 구현하는 기술에서 웨이즈를 앞섰다. 하지만 글로벌 벤처투자펀드가 관심을 가졌다는 이유로 웨이즈는 1조2000억 원이란 거액에 구글에 인수됐지만 김기사는 600억 원대에 카카오에 팔렸다. 웨이즈는 인수된 이후에도 이스라엘에 기업을 두고 이스라엘인을 더 많이 취업시키고 있으며, 웨이즈 창업자는 지금도 구글의 기술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요즈마그룹이 투자한 회사 중 최근 가장 유명한 게 이스라엘 기업 나녹스다. SK텔레콤이 2대 주주로 투자하면서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이 회사는 일본 후지도 주요 주주다. 최근 미국에서 ‘핵심 기술이 없다’는 공매도 보고서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했다가 해당 보고서가 철회되면서 주가가 회복되고 있다. 미국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려면 현재는 500만 원 정도 들지만 나녹스가 소형 저선량 CT 기기를 약속대로 내놓으면 단돈 5만 원에 찍을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이 기기에 반도체를 제공하고 한국과 베트남 판권까지 갖게 된다.
이런 이 대표가 요즘 눈여겨보는 한국의 기술 기업들이 있다. 어느 모빌리티 회사를 놓고는 “단순 모빌리티가 아니라 인공지능(AI)의 알고리즘이 접목된 혁신성이 눈에 띈다. 고성장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펀드는 단순히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해당 기업을 글로벌로 진출시켜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서 더 큰 의의를 찾는다. 실제 요즈마가 이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면, 그리고 그 투자가 글로벌 진출로 연결된다면 한국의 기술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그런데 이 대표는 함께 일했던 많은 글로벌 벤처캐피털이 한국에 진출하고 싶어 하면서도 약간의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규제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했다가 좌초된 ‘타다’는 없던 규제도 만들어냈던 사례다. 어느 줄기세포 연구 기업은 각종 규제 때문에 연구개발(R&D)을 한국에서 진행할 수 없어 일본으로 R&D센터를 옮겼다.
“요즘은 오픈 이노베이션이 중요한 시대다. 제조업 시대처럼 한 나라 안에서 완결된 기업을 만들어내기보다 여러 나라의 기업들이 아이디어와 기술과 제조력을 결합해 이상적인 사업을 만들어내야 한다.”
아이디어도, 기술도, 제조력도 다 있는 한국에서 단 하나 없는 건 규제를 풀려는 열린 사고뿐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