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이 단체는 1988년 창립됐다. 이후 대만 내 18개 지역 조류단체와 3개 환경보호단체를 대표하는 대만 최대 조류보호단체로 성장했다. 규모만큼이나 국제 활동도 활발하게 펼쳤다. 1996년부터는 영국 케임브리지에 기반을 둔 국제 조류 서식지·생태계 보호단체인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과 파트너로 협력하기 시작했다. 두 조직은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이 국제본부 역할을, TWBF가 대만지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일을 나눠 24년간 함께 활동해 왔다.
문제는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이 대만지부에 이름 변경을 요구하면서부터 불거졌다. 이름에 중국의 한 지방을 가리키는 ‘대만’을 넣으라는 것이다. 또 본부와 지부 사이에 오가는 모든 영문 서류에서 ‘중화민국’이라는 단어도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서명을 하라고 강요하기까지 했다.
국제 협력과 지원이 필요한 이 단체는 결국 이름을 CWBF에서 TWBF로 바꿨다. 하지만 마지막 자존심이었을까. 영문명만 바꾸고 중문명에서는 ‘중화민국’을 그대로 남겨뒀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는 환경보호주의자들이지 정치 행위자가 아니다”라면서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은 중국 정부의 압력을 받고 갑자기 우리가 정치 행위를 할 위험이 있다면서 오히려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선언’에 서명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은 지난달 말 24년 동안 함께 일한 이 단체를 결국 제명했다. 이제 월동을 위해 대만에 날아온 멸종 위기 저어새를 보호하는 일은 국제단체의 지원 없이 대만 단체 혼자만의 몫이 됐다.
중국의 심기를 조금만 건드려도 이렇게 화를 입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 됐다. 최근 세계적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중국 누리꾼들의 억지 공격도 이 연장선이다. 하늘을 나는 새에게까지 국경을 가르는 중국이다. BTS처럼 세계의 지지와 인정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키우지 않으면 돈과 인구(시장)를 앞세운 중국의 ‘인해전술’에 순식간에 당하게 된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