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학 섬과 달 출판사 대표
한여름을 소설의 성수기로 보는 게 출판계의 관행이지만 소설을 허구 이상의 것으로 보는 내게 소설이 더욱 애틋해지는 건 지금처럼 계절이 스산할 때다. 마음껏 풀어져도 됐던 한창때를 뒤로하고 춥고 막막한 마음이 들어앉는 시기. 아흔 살에 작고한 미국 작가 제임스 설터의 유작에 나오는 저 문장이 이맘때 위로가 되는 건 지난날 마음껏 풀어지지도 못했고 앞날 막막함이 가시지도 않을 한 인생이 이대로 끝은 아닐 거라는 기대를 줘서다.
‘올 댓 이즈’는 한 남성, 필립 보먼의 일대기다. 편모 가정, 제2차 세계대전, 대학 졸업, 직장 생활, 한 번의 결혼, 한 번의 이혼, 몇 번의 연애, 그중 한 차례는 지독한 배반, 어머니와의 이별, 적당한 성공 뒤 맞는 노년. 이렇다 할 클라이맥스가 없었던 작가 자신의 삶을 닮은 이 소설은 그러나 삶을 어떤 연민도 허세도 없이 스케치하고, 어느덧 다리에서 노인 티가 나는 주인공이 장거리 여행을 맘먹는 것으로 끝난다.
이승학 섬과 달 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