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로비 의혹]‘김봉현 입장문’ 이후 秋-윤석열 충돌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자필 입장문을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18일 정면충돌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였음에도 이와 반대되는 법무부의 발표는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으로서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과 다름없다.”(윤석열 검찰총장)
추 장관과 윤 총장은 18일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이 라임 수사팀 검사 등을 접대했다는 주장을 놓고 1시간 30분 간격으로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았다.
○ 법무부 “별도 수사 주체 필요”…‘尹 배제’ 나설 듯
김 전 회장은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 정치인에게도 금품 로비를 했고, 현직 검사 여러 명에게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했다”는 A4용지 5장 분량의 자필 입장문을 16일 공개했다. 추 장관은 같은 날 오후 7시 58분경 “충격적 폭로”라며 법무부의 직접 감찰을 지시했다. 법무부는 16일부터 사흘 연속 김 전 회장이 수감 중인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조사했다. 법무부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18일 오후 2시경 “‘검사·수사관에 대한 향응과 금품수수 비위’ ‘검사장 출신 야권 정치인에 대한 억대 금품 로비’ 등의 의혹과 관련해 김 전 회장이 검찰에 진술했는데도 관련 의혹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법무부는 김 전 회장의 편지에 있는 ‘윤 총장 운명이 걸려 있다’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청와대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 등의 문구를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이 해당 의혹의 당사자인 만큼 윤 총장이 지휘하는 수사팀이 아닌 제3의 수사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법무부의 시각이다.
○ 대검 “총장 중상모략…허위사실 공표 수사해야”
대검의 한 고위 간부는 “라임 의혹 사건과 관련한 윤 총장의 지시는 반복적이고 명확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검 간부는 "무엇을 근거로 검찰총장이 검사 내부비리에 대해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묵살하였다는 취지로 알렸는지 그 증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허위사실 공표 행위로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근무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야당 비리는 보고, 검사 비리는 보고 안 돼
올해 상반기 라임 사건을 지휘했던 송삼현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야권 정치인 로비 의혹은 윤 총장에게 보고했고, 윤 총장이 여든 야든 철저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도 “야권 정치인 의혹은 3개월가량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대검에도 보고했다. 이런 내용은 내부 문서와 전산상으로 다 남아있다”고 말했다. 다만 검사 향응 등에 대해 송 전 검사장은 “검사 비위 의혹은 금시초문으로 보고 받은 적이 없고 이에 따라 대검에 보고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라임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과 옵티머스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19일 열린다.
배석준 eulius@donga.com·위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