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반체제 인사 슈바르트 작사 송어 잡는 낚시꾼 ‘권력자’로 풍자 슈베르트가 죽기 전 쓴 시에서 시대의 저항 의식 엿볼 수 있어
가곡 ‘송어’의 가사를 쓴 크리스티안 슈바르트(왼쪽)와 곡을 붙인 프란츠 슈베르트. 동아일보DB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슈베르트의 피아노5중주곡 ‘송어’ 4악장은 매우 친근한 선율이죠. 그런데 이 곡이 슈베르트의 반체제 정신을 담은 ‘저항 음악’이라면 어떨까요?
송어는 노래로도 유명합니다. 슈베르트가 1817년 쓴 가곡을 2년 뒤에 5중주곡으로 편곡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이 노래를 작사한 작사가 이름이 ‘슈바르트’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슈바르트 작사 슈베르트 작곡. 운율이 맞죠. 그 슈바르트는 누구인지 찾아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가곡 송어를 들으면서 계속해서 들던 의문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송어는 단지 명랑한 노래일까요? 노래 후반부에는 뜻밖의 가사가 등장합니다.
‘도둑(낚시꾼)에게 시간은 너무 느리게 흘렀고,/그는 개울을 휘저어 흐리게 했다./그리고 눈치채지 못할 사이에/낚싯줄이 팽팽히 당겨졌고/송어는 잡혀 허우적거렸다./나는 화가 끓어오르는 채/속임수에 넘어간 송어를 바라보았다.’
평화로운 낚시의 정경과는 다릅니다. 추측입니다만, 감옥에서 이 시를 쓴 슈바르트는, 시냇물을 휘저어 송어를 잡는 낚시꾼의 모습에서, 권력자가 음모를 써서 정적을 잡아넣는 일을 풍자하고 비판한 것은 아닐까요.
슈베르트가 가곡 송어를 피아노5중주로 새롭게 쓴 과정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1819년 7월 13일, 슈베르트는 오스트리아 북부의 도시 슈타이어에 갑니다. 그곳에는 지역 유지이자 광산주인 파움가르트너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젊은 작곡가를 두 달 동안이나 각별히 대접합니다. 조건은 하나였습니다. “송어는 저와 친구들이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우리가 연주할 수 있도록 송어의 선율을 넣은 실내악곡을 써 주실 수 있을까요?”
실제 당시 유럽은 부글부글 끓어올랐습니다. 가곡 송어가 쓰이기 2년 전인 1815년 유럽 국가들 사이에 나폴레옹 전쟁을 결산하는 빈 의정서가 체결됩니다. 그 내용은 봉건적이고 억압적인 구체제(앙시앵 레짐)의 복원이었습니다.
저항의 내용이 담겼다고 해도 결국 가사를 쓴 슈바르트의 내면을 반영한 것이지 슈베르트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슈베르트의 명(名)해석가이자 역사학자인 이언 보스트리지의 책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에는 시를 즐겨 썼던 슈베르트가 죽기 전 쓴 마지막 시가 실려 있습니다. 제목은 ‘민중에게 보내는 탄식’입니다. 읽어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슈베르트와 사뭇 다른 모습이 드러납니다.
‘우리 시대의 젊은이여, 너는 스러졌구나!/무수한 민중의 힘이여, 허무하게 소진되었구나/ 누구 하나 민중으로부터 차별되지 않지만,/그 모두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역시 한 사람도 없구나….’
20일 성남 티엘아이아트센터에서는 제2회 티엘아이 체임버 뮤직페스티벌 세 번째 순서로 ‘이경숙과 커티스 프렌즈’가 멘델스존 피아노3중주 1번과 슈베르트의 피아노5중주 송어를 연주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