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원전보고서 의결]‘4조 경제성’ 2년 만에 뒤집은 근거 원자력판매단가 책정기준 집중분석… 고위관계자 중징계는 요구 않기로 업계 “재가동 현실적으로 어려워”
최재형 감사원장(왼쪽)이 19일 오후 6시쯤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 여부 감사보고서 의결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경제성 저평가 결론 낸 듯
이번 감사의 핵심은 4조 원의 경제성이 있다고 분석한 월성 1호기에 대한 평가를 2년 만에 뒤집고 조기 폐쇄를 결정한 것이 적절했는지 여부다. 앞서 월성 1호기는 30년 설계수명이 끝난 2012년 11월 가동이 중단됐지만 개보수 비용 7000억 원을 들여 설계수명을 10년 더 늘렸다.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자체 분석한 4조 원의 경제성이 수명 연장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한수원 이사회는 문재인 정부가 취임한 후인 2018년 6월 급작스레 조기 폐쇄 결정을 내렸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한수원이 원자력판매단가를 어떻게 책정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는 가동 시 비용과 수익 등의 변수를 어떻게 입력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앞서 한수원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당시 원자력판매단가가 2018년 kWh(킬로와트시)당 59.26원에서 2019년 52.67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지난해 원자력판매단가는 kWh당 58.31원으로 예상보다 5.64원 높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심의가 이례적으로 길어진 것도 감사위원들이 판매단가 책정 기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라며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월성 1호기 재가동은 어려울 듯
감사위원회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당시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실 고위 관계자 등에 대해서도 조사했지만 고강도 징계는 요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산업부 관계자 등의 감사 저항에 대해선 징계를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법 51조에 따르면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거나, 감사를 방해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앞서 최재형 원장은 15일 국회 국감에서 “자료 삭제는 물론이고 사실대로 이야기를 안 한다”며 감사 저항을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민감한 외압 의혹에 대해선 결정내리지 않고 비교적 사실관계가 확실한 감사 저항에 대해서만 ‘핀셋 징계’를 내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감사 결과와 상관없이 월성 1호기 재가동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다만 업계에선 노후 원전을 개보수해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도 힘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조치의 부적절한 점이 드러나면서 신한울 3·4호기처럼 갑작스럽게 건설이 중단된 원전들에 대해서도 건설 재개를 요구할 정당한 근거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 / 세종=구특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