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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마다 ‘한방’…SK 최태원의 반도체 투자 승부수

입력 | 2020-10-20 11:29:00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4일 오전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M15 신공장에서 열린 준공식에 참석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SK하이닉스 제공)2018.10.4/뉴스1


SK하이닉스가 20일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을 전격 인수하기로 결정한 데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상대적 열세인 낸드 사업 역량을 극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계약 금액은 10조3104억원(90억달러)으로 SK그룹의 역대 인수합병(M&A) 기준으로도 가장 큰 수준이며 국내 기업으로 확대해보더라도 2016년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종료일 기준 80억달러)보다 크다.

이번 계약을 두고 업계에선 반도체 시장에서 과감하고 공격적인 베팅을 선보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용인에 120조원을 들여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초대형 사업도 추진하는 등 국내외에서 과감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M&A를 통해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도 명실상부한 업계 2위로 발돋움한다. D램에 비해 상대적 열세였던 낸드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인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거래 규모는 90억달러, 우리 돈으로는 10조3104억원에 이른다. 이는 SK그룹을 포함해 역대 국내기업 M&A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큰 규모다. 앞서 2016년 삼성전자가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금액 80억달러(종료일 기준)보다도 1조원 이상 많은 수준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낸드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늦었던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키옥시아, 인텔, 마이크론 등 다른 업체들과 그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메모리 시장 특성상 수년간 굳혀진 업계 점유율 구도에 극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M&A가 유일하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이 상대적으로 비주력에 속했던 인텔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번 계약을 성사시켰다. 거래 규모가 10조원을 육박하는 만큼 이번 거래에선 SK그룹 총수인 최 회장의 용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2012년 당시 하이닉스를 인수할 때부터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할 중요성을 크게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2013년부터 이천과 청주 등에 M14·M15·M16 등 생산공장 추가 투자를 잇따라 진행하며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2017년에는 낸드 세계 2위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에 4조원대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당시 SK하이닉스의 투자를 두고 반도체 업계에선 D램에 비해 시장 경쟁력이 뒤처지는 낸드 사업을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했다.

최 회장의 승부수는 지난해 발표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해 50여개 장비·소재·부품 협력사와 함께 입주하는 반도체 전문 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을 지나 가격 하락으로 불황이 본격화되는 시기였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과감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삐를 죈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SK그룹은 소재(SK머티리얼즈)부터 원재료(SK실트론), 실제품(SK하이닉스)까지 이어지는 반도체 생산 수직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중소 협력사와 상생을 통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 확장에도 기여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진입 장벽이 높고 막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반도체 업계 특성상 총수의 과감한 결단이 사업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최 회장이 이번에도 인텔과 M&A를 통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