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활성화 가로막는 과세 실태
#2. 자본금 300억 원의 A영리법인은 2011년 12조6000여 억 원이던 자산총액이 2012년 15조7000여 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등록면허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관련법상 영리법인은 자본금이 달라질 때만 등기를 새로 하게 돼 있다. 자산총액이 크게 늘었지만 A사의 자본금은 300억 원 그대로였기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비영리법인들이 까다로운 세법 규정에 울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1976년 자산 1600만 원으로 출범한 홀트아동복지회다. 2016년부터 자산총액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2억6000여만 원(올해 납부 예정 포함)을 등록면허세로 내야 한다. 사회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와 장애인 등에게 사용할 돈을 정부에 헌납한 셈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밀알복지재단,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등 대부분의 비영리법인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는 공공 부문이 챙기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챙겨야 하는 비영리법인에 대해 일반 영리법인과는 다른 세법이 적용되면서 비롯됐다. 즉, 등록면허 변경을 영리법인은 자본금 변동 시, 비영리법인은 재산총액 변경 시로 각각 다르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태완 정안세무법인 충무로지사 대표세무사는 “비영리법인의 설립 취지를 고려해 지방세법을 개정해 재산총액 증가에 대해서도 등록면허세를 감면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방세특례제한법(제22조)에서는 이미 설립등기를 하거나 목적사업에 사용할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에는 등록면허세와 취득세를 전액 감면해준다”며 “이런 방식이 사회복지법인의 조세감면제도 취지에 맞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호윤 공익법인전문 회계사는 “문제의 핵심은 과세표준에 대한 개념 혼선”이라고 말했다. 민법에선 비영리법인 등기 때 자산총액으로, 지방세로 부과 땐 과세표준을 재산총액으로 규정한다. 이로 인해 기본재산 변동 때마다 등기를 하는 사회복지법인이 확대 해석해 자산 변동이 있을 때마다 등기를 한다는 것이다. 최 회계사는 “과세표준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며 영리법인에 부과하지 않는 등록면허세를 비영리법인이 등록할 때마다 부과하는 것도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법 개정 시 등록면허세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 감면과 기부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 납부 유예 조치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호성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유산기부 담당과장은 “현재는 기부 목적으로 부동산을 팔 때도 양도세가 부과돼 기부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전체를 기부하면 전액 면제, 50%를 기부하고 50%를 노후자금으로 쓴다면 기부금 50%에 대해선 면제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