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검찰개혁의 뻔뻔함은 문재인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것 윤석열 등용할 때도 뻔뻔했고 윤석열 몰아내려 할 때도 뻔뻔해 공수처는 독재의 기구 될 것
송평인 논설위원
건(件)도 안 되는 걸 건인 양 취급해 공작하는 것은 운동권 정권이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는 방식이다. 윤석열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앉힐 때도 그랬고 검찰총장에까지 승진시킨 윤석열을 쫓아내려는 지금도 그렇다.
올 3월 17일 MBC에서 채널A 기자가 수감 중인 이철이란 사람의 대리인 지모 씨에게 접근해 윤석열의 최측근 검사장이었던 한동훈과 통화한 내용을 들려주며 유시민의 비위를 털어놓으면 검찰의 선처 약속을 받아주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권력 주변의 비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기자의 임무다. 그러나 검사에게 말해 선처의 약속을 받아주거나 가중의 처벌을 가하게 할 기자는 없다. 그런 일은 사기꾼이 되기 힘든 평균 이하 지능인의 머릿속에서나 가능한 회유나 압박이다.
추 장관의 사퇴와 문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 위한 집회와 시위를 방역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되자 새로운 공세가 시작됐다. 라임펀드 사기 사건의 주범 김봉현 전 대표가 옥중 입장문을 공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공개 전에 문 대통령은 강기정 전 정무수석에게 5000만 원을 줬다는 김 전 대표의 법정증언에도 불구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했는데 이전의 처신에 비해 전혀 뜻밖이었다. 김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의 ‘성역 없는 수사’ 지시 이후 화살을 야당 정치인과 검사들로 돌렸다. 실은 ‘성역 없는 수사’ 지시가 김 전 대표의 옥중 입장문에 대해 미리 전해 듣고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사기꾼의 말 때문에 시작되는 것이라고 해도 ‘성역 없는 수사’를 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집권세력은 성역 없는 수사를 하자면서도 특검에는 반대다. 그렇다면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하는데 추 장관은 다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석열 총장을 라임 수사 지휘에서 배제했다. 성역은 야권과 팔다리 잘린 검찰총장이었던 것이다. 역대 어떤 대통령도 성역이란 말을 이렇게 맹랑하게 사용한 적이 없다. 이런 의미의 ‘성역 없는 수사’는 공수처가 할 일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대법원을 거치고 나니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거짓말을 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조직폭력배에게 차량과 운전기사를 빌린 은수미 성남시장이 살아남았다. 대법원은 이미 정권에 장악됐고 남은 건 검찰이다. 추 장관이 검찰총장과의 협의도 거치지 않은 2차례 인사를 통해 검찰의 요직 대부분을 정권의 총애를 받고자 하는 애완 검사들과 정권의 눈 밖에 날 것이 두려운 초식 검사들로 채웠다. 그러나 정점(頂點)의 윤석열 총장과 그를 따르는 좌천된 검사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들마저 제거해야 ‘죄 지어도 처벌받지 않은 계급’의 등장이 가능해진다. 조국 전 법무장관 때까지는 그 정도까지 진행되지 못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은 탈영 혐의가 명백한데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죄 지어도 처벌받지 않은 계급’의 등장에 더 가까워졌다. 공수처가 출범해서 법원과 검찰에 남아 있는 삼별초 같은 저항세력을 수사하고 기소하게 되는 날이 오면 그들의 입장에서 형사사법체제의 장악이 완성되는 것이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법치가 파괴되고 독재가 시작되는 것이다.